정부가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했다. '에너지 사용량 1위는 ◆◆◆'식으로 순위 정보까지 모두 밝혔다. '누가 에너지를 낭비하는지' 국민에게 속속들이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지자체 청사의 에너지 낭비 실태를 공표해 주민들이 단체장을 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일부 지자체의 '호화청사' 문제를 지적하면서다.

지경부가 '2010~12년 공공부문 에너지 사용량을 매년 3%씩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겠다'고 보고하자 "너무 약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정부는 곧바로 에너지 절감목표를 10%로 올렸다.

에너지 절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고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순위 공개를 통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약 경쟁'을 유도하려는 정부 취지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점이 있다. 공공부문의 솔선수범을 그토록 강조한 정부가 정작 정부 청사는 조사 대상에서 쏙 뺐다는 사실이다. 자기는 뒷짐진 채 남들만 뭐라고 하는 꼴이다.

정부도 할 말은 있었다. 예컨대 "과천 청사처럼 한 건물에 여러 부처가 모여 있는 경우 부처별 에너지 사용량 집계가 쉽지 않다"(지경부 관계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천 청사의 에너지 사용량을 집계한 뒤 이를 부처별 연면적으로 나누면 부처별 통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층마다 전력 측정기를 다는 방법도 있다. 의지만 있다면 조사할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에너지 사용실태를 공개한 지난 10일.때마침 한 시민단체가 정부 중앙청사와 국방부 등 일부 부처의 '2008~2009년 전력 사용량과 전기요금'을 정보공개 청구로 밝혀냈다. 이 단체는 앞서 '2009년 대통령실 전기사용 현황'도 공개했다.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왜 정부가 안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에서 강조하는 말이 '나 부터(Me First)'다. 꼭 시민단체가 나서지 않더라도 정부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