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FRB의장 '3단계 출구전략' 제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① 0.5%인 재할인율 곧 인상
② 은행에 RP·기간물예금 매각
③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 인상
② 은행에 RP·기간물예금 매각
③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 인상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모두 발언을 통해 출구전략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날 예정됐던 청문회는 워싱턴에 내린 폭설 탓에 연기됐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준비했던 발표문을 그대로 언론에 공개했다. 출구전략 실시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버냉키 의장이 발표한 출구전략은 세 가지다.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한 대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연 0~0.25%)를 '상당 기간' 묶어놓겠다고 전제한 뒤 세 가지 단계별 출구전략을 제시했다. 인플레 압력이 낮아 기준금리 인상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놓고 경기 회복과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때'에 출구전략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먼저 FRB가 은행에 긴급 대출할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을 조만간 올릴 것임을 내비쳤다.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 사이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를 머지않아 적당하게 확대하는 방안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방기금 금리를 유지한 채 스프레드를 벌리는 것이니 현재 0.5%인 재할인율을 인상한다는 의미다. "재할인율을 정상화하는 조치여서 통화정책 전망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것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의 하나로 해석했다. FRB는 금융위기 이전에 재할인율과 연방기금 금리 간 스프레드를 1.0%포인트로 유지해 운용했다.
버냉키 의장이 다음으로 제시한 것은 시중은행들에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하고,기간물예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FRB가 나중에 다시 매입하겠다는 조건이 붙는 환매조건부채권으로는 FRB가 그동안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사들인 국채와 일반증권을 사용키로 했다. 기간물예금은 이자를 지급하고 은행들의 여유 자금을 일정 기간 FRB에 예치하는 상품이다.
FRB는 환매조건부채권 매각시스템을 이미 시범 가동했으며 기간물예금은 올 봄에 시범 가동할 예정이다. 버냉키 의장은 두 가지 조치를 일단 소규모로 가동하다가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조치를 사용할 경우 빠른 기간에 수천억달러의 자금을 시중에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FRB는 금융위기 이후 약 1조1000억달러를 시중에 지원했다.
버냉키 의장은 3단계로 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 예치 이자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급준비금은 예금을 받는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FRB에 예치하는 자금이다. 현재 금리는 연 0.25%다. 과잉 유동성이 많은 은행들은 떼일 위험성이 있는 기업과 가계에 대출하는 금리보다 초과지준금 이자가 높으면 자연스레 자금을 FRB에 예치하게 돼 인플레를 막는 효과를 보게 된다.
버냉키 의장은 "자금이 이렇게 흡수되면 다른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인상을 자극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행 기준금리로 사용하는 연방기금 금리 대신 초과지준금 금리를 당분간 기준금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에 유동성이 풍부해 연방기금 금리 조정 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 압력이 커질 경우 환매조건부채권 매각 및 기간물예금 판매와 초과지준금 이자율 인상을 조합해 동시에 이행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주택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사들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과 모기지 전문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을 되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리카르도 라이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창의적이고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로렌스 코틀리코프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은행들의 초과지준금에 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은 은행들에 보조금을 주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버냉키 의장이 발표한 출구전략은 세 가지다.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한 대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연 0~0.25%)를 '상당 기간' 묶어놓겠다고 전제한 뒤 세 가지 단계별 출구전략을 제시했다. 인플레 압력이 낮아 기준금리 인상은 마지막 카드로 남겨놓고 경기 회복과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때'에 출구전략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먼저 FRB가 은행에 긴급 대출할 때 적용하는 재할인율을 조만간 올릴 것임을 내비쳤다.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 사이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를 머지않아 적당하게 확대하는 방안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방기금 금리를 유지한 채 스프레드를 벌리는 것이니 현재 0.5%인 재할인율을 인상한다는 의미다. "재할인율을 정상화하는 조치여서 통화정책 전망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것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의 하나로 해석했다. FRB는 금융위기 이전에 재할인율과 연방기금 금리 간 스프레드를 1.0%포인트로 유지해 운용했다.
버냉키 의장이 다음으로 제시한 것은 시중은행들에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하고,기간물예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FRB가 나중에 다시 매입하겠다는 조건이 붙는 환매조건부채권으로는 FRB가 그동안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사들인 국채와 일반증권을 사용키로 했다. 기간물예금은 이자를 지급하고 은행들의 여유 자금을 일정 기간 FRB에 예치하는 상품이다.
FRB는 환매조건부채권 매각시스템을 이미 시범 가동했으며 기간물예금은 올 봄에 시범 가동할 예정이다. 버냉키 의장은 두 가지 조치를 일단 소규모로 가동하다가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조치를 사용할 경우 빠른 기간에 수천억달러의 자금을 시중에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FRB는 금융위기 이후 약 1조1000억달러를 시중에 지원했다.
버냉키 의장은 3단계로 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 예치 이자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급준비금은 예금을 받는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FRB에 예치하는 자금이다. 현재 금리는 연 0.25%다. 과잉 유동성이 많은 은행들은 떼일 위험성이 있는 기업과 가계에 대출하는 금리보다 초과지준금 이자가 높으면 자연스레 자금을 FRB에 예치하게 돼 인플레를 막는 효과를 보게 된다.
버냉키 의장은 "자금이 이렇게 흡수되면 다른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인상을 자극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행 기준금리로 사용하는 연방기금 금리 대신 초과지준금 금리를 당분간 기준금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에 유동성이 풍부해 연방기금 금리 조정 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 압력이 커질 경우 환매조건부채권 매각 및 기간물예금 판매와 초과지준금 이자율 인상을 조합해 동시에 이행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주택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사들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과 모기지 전문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을 되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리카르도 라이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창의적이고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로렌스 코틀리코프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은행들의 초과지준금에 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은 은행들에 보조금을 주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