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정부 차원에서 장려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막걸리를 즐기는 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하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

11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비넥스포(Vinexpo) 아시아 · 퍼시픽 2010 설명회'에서 만난 로베르 베나 비넥스포 조직위원장(62 · 사진)은 막걸리의 세계화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와인 대 지역주'라는 대결 구도는 빈번하게 있었지만 지역주의 열기는 보통 2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사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어떤 술이든 문화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와인은 수십만 가지의 맛이 있습니다. 빈티지별로도 맛이 달라 이를 탐닉하는 '레이블 드링커'가 있을 정도입니다. 단순히 술 하나로 승부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

베나 위원장은 프랑스 보르도대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보르도상공회의소에서 일하면서 1981년 세계적인 와인박람회인 '비넥스포 월드와이드'를 출범시켰다.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와는 이름(Robert)이 같아 서로 애칭(바비)으로 부를 정도로 절친하다. 1998년 시작한 '비넥스포 아시아 · 퍼시픽'의 8번째 행사는 오는 5월 홍콩에서 열린다.

베나 위원장은 "프랑스에선 1인당 연간 57ℓ의 와인을 마시지만 미국 12ℓ,일본 3ℓ,한국과 중국은 그 이하"라며 "이를 프랑스의 절반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와인시장은 두 배 이상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작년부터 세계 10위 와인생산국으로 올라선 데 대해 그는 "와인 생산량이 늘면 자연스레 소비와 수입도 증가한다"며 "중국과 미국이 향후 세계 2대 와인 소비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기준으로 세계 와인시장 규모는 1500억달러(약 173조원)로 추산된다. 베나 위원장은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이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지 못해 보잉사 매출의 2.5배,애플의 15배,로레알의 7배라고 설명한다"고 귀띔했다.

경제위기 이후 사람들이 저가 와인을 찾는 경향이 늘었다는 인식에 대해 베나 위원장은 "오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저가 와인이 아닌 베스트 밸류(best value ·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을 찾는 것"이라며 "실제로 미국에선 30~40달러짜리 와인도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면 앞다퉈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산=비싼 와인'이라는 공식도 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세계에서 제일 비싼 와인이 프랑스산인 것은 맞지만 병당 1유로짜리 와인도 많다"고 덧붙였다.

1981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30년째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 비넥스포를 아시아의 세 번째 와인 소비국인 한국에서 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박에 "노(no)"라고 답했다. "한국만큼 교통 상황이 나쁜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보트나 택시를 타면 어디든 10~15분이면 갈 수 있고 중국시장 진입의 최종 관문인 홍콩과 비교할 수 없죠."(웃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