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유럽의 재정위기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로 모처럼 반등,1600선에 바짝 다가섰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다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투자심리는 한결 나아진 양상이다.

특히 외국인은 조선주와 은행주 등을 중심으로 이틀째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 주목됐다. 조선주의 경우 외국인이 약세를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되레 오르자 손실을 피하려고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사들이는 '쇼트커버링'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외국인 · 기관 한 달 만에 '쌍끌이' 매수

11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를 지속한 끝에 27.69포인트(1.76%) 오른 1597.81로 거래를 마쳤다.

옵션만기일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해 오후 들어 프로그램 매수까지 가세한 데 힘입어 상승폭을 키워 한때 1600선을 넘기도 했지만 마감 동시호가 때 매도 물량이 나와 1600선 탈환은 훗날로 미뤘다.

증권사들이 1600억원 이상 순매수하는 등 기관은 1955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수 우위를 보인 것은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이다.

조선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현대미포조선은 10.27%나 올랐고 현대중공업(7.06%) STX조선해양(6.25%) 삼성중공업(5.19%)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도이치 모건스탠리 맥쿼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 주문이 집중됐다. 한진해운 대한해운 등 해운주도 메릴린치 HSBC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매수세가 몰리면서 2%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진했던 조선주와 해운주의 가격 매력이 살아난 데다 외국인이 쇼트커버링에 나서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진단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던 일부 외국인이 주가가 반등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되사들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최근 1개월간 공매도 규모가 600억~700억원대에 달한다.

실제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액 비중이 큰 종목에 STX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조선주와 해운주가 대거 포진해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들어서만 대차잔액이 8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공매도를 염두에 둔 외국인이 주식을 빌려놓은 물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재정위기 해결책이 구체화될 경우 조선주와 해운주의 반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쇼트커버링 매수세가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교체 중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6566억원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는 3600억원 넘게 팔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의 변동성이 커지자 보수적인 자세로 돌아선 탓이다.

하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 종목을 활발하게 교체하며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 역력하다.

외국인은 이달 삼성전자를 3300억원 이상 매각한 대신 LG전자를 1800억원 정도 사들였다. 은행업종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 비중은 줄이고 신한지주를 순매수했다.

또 외국인은 현대건설을 팔고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으로 갈아탔고,삼성중공업을 현대중공업으로 교체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일부 조정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해외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자금 여력이 크지 않아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형편이 못 돼 업종 내 주요 종목 간 순환매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경기 추세와 기업 이익 상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로 다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며 "유럽 중국 등의 변수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