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지진 둔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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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지진을 실제 몸으로 감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 국내에서도 해마다 수십 건에 이르는 지진이 일어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이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까닭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내오다보니 지진에 대해 둔감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뿐만 아니다. 한반도가 지각을 구성하는 거대한 암석덩어리인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있어 지각판들이 만나는 일본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지진다발 국가들에 비해선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귀가 닳도록 들어온 터였다. 대다수 국민이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믿게 만든 요인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종전과 판이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기존 이론과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주의깊게 새겨볼 만하다. 최근 경기도 시흥시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큰 지진(리히터 규모 3.0)은 아니었지만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인구 2000여만명이 몰려 사는 수도권에서,그것도 지표면으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곳(지하 8㎞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실제로 시흥시에선 '우르르 쿵쿵'하는 굉음까지 들렸으며,인근 경기 남부는 물론 서울 전역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였다.
게다가 한반도는 유라시아 · 태평양판 경계부에서 수백㎞나 떨어져 있어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진 안전지대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주장도 힘을 얻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멀리 떨어진 인도판이나 필리핀판의 압력이 한반도 주변에 모이면서 그 스트레스가 한반도의 연약한 단층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한반도가 일본 지진의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주변의 지구판구조가 매우 복잡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판 내부 지역이더라도 지진을 촉진하는 에너지가 활성단층에 축적되면 언젠가는 터져나오게 된다"며 전체 지진의 5% 정도는 판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2008년 7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쓰촨성 지진은 바로 그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한반도도 이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진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우리나라는 지각판끼리 만나는 경계지역에 놓여있지 않은 만큼 대형지진 발생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기상청의 설명은 그리 마뜩지 않다. 수도권에서 지진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한 활성단층 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을 정도로 지진에 대해 둔감증을 보여온 현실에 비춰볼 때 그렇다. 서울시의 경우 건물 10채 중 9채가 지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露出)돼 있다는 분석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지진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방심해서는 결코 안되며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활성단층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서두르고,신축 건물의 내진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100여개에 불과한 지진 관측소를 확대하고,일본처럼 지진발생 후 5초 안에 조기경보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도 있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이뿐만 아니다. 한반도가 지각을 구성하는 거대한 암석덩어리인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있어 지각판들이 만나는 일본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지진다발 국가들에 비해선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귀가 닳도록 들어온 터였다. 대다수 국민이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믿게 만든 요인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종전과 판이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기존 이론과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주의깊게 새겨볼 만하다. 최근 경기도 시흥시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큰 지진(리히터 규모 3.0)은 아니었지만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인구 2000여만명이 몰려 사는 수도권에서,그것도 지표면으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곳(지하 8㎞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실제로 시흥시에선 '우르르 쿵쿵'하는 굉음까지 들렸으며,인근 경기 남부는 물론 서울 전역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였다.
게다가 한반도는 유라시아 · 태평양판 경계부에서 수백㎞나 떨어져 있어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진 안전지대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주장도 힘을 얻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멀리 떨어진 인도판이나 필리핀판의 압력이 한반도 주변에 모이면서 그 스트레스가 한반도의 연약한 단층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한반도가 일본 지진의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주변의 지구판구조가 매우 복잡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판 내부 지역이더라도 지진을 촉진하는 에너지가 활성단층에 축적되면 언젠가는 터져나오게 된다"며 전체 지진의 5% 정도는 판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2008년 7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쓰촨성 지진은 바로 그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한반도도 이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진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우리나라는 지각판끼리 만나는 경계지역에 놓여있지 않은 만큼 대형지진 발생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기상청의 설명은 그리 마뜩지 않다. 수도권에서 지진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한 활성단층 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을 정도로 지진에 대해 둔감증을 보여온 현실에 비춰볼 때 그렇다. 서울시의 경우 건물 10채 중 9채가 지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露出)돼 있다는 분석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지진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방심해서는 결코 안되며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활성단층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서두르고,신축 건물의 내진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100여개에 불과한 지진 관측소를 확대하고,일본처럼 지진발생 후 5초 안에 조기경보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도 있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