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비씨카드 지분을 KT가 매입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비씨카드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씨카드를 인수하겠다고 오래 전부터 나선 보고펀드와 KT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하나금융지주와 공동으로 하나카드를 설립한 SK텔레콤과 KT의 싸움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M&A경쟁 치열할듯

비씨카드의 형식상 대주주는 우리은행으로 27.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주주는 보고펀드다. 보고펀드는 24.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호 펀드인 코리아글로벌펀드(KGF-BCC)가 6.11%의 주식을 갖고 있다. 사실상 지분율이 30.68%로 우리은행보다 많다.

KT가 신한카드의 비씨카드 지분 14.85%를 전량 인수할 경우 3대 주주가 된다. KT는 신한카드 지분 인수에 그치지 않고 우리은행 지분까지 사들여 비씨카드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비씨카드 인수 경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분을 매각할 생각이 없다. 카드 회사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아 비씨카드 이용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비씨카드 지분 매각 여부는 우리은행 카드사업부문의 분사 여부와 직결된 문제"라며 "지금으로선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른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서로 매입하려는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KT의 전략은

우리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지 못할 경우 KT는 두 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2대 주주인 보고펀드 보유지분을 사거나,우리은행과 합작카드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KT는 보고펀드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보다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쪽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확보한 지분과 우리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합쳐 비씨카드를 인수하고,필요할 경우 우리은행 카드사업부문을 비씨카드와 합병해 공동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양측 모두 경영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KT가 경영권을 갖게 될 경우 비씨카드를 '신용카드를 직접 발급하는 회사'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카드 발급은 회원 은행들이 하고,비씨카드는 카드업무 프로세싱 대행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이 경우 금융위원회가 KT의 지분 취득을 승인해 줄지가 변수다.

◆보고펀드 지분도 인수할까

우리은행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보고펀드 보유지분 가치는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KT 측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주식가격은 크게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고펀드는 단기간에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보고펀드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KT와 보고펀드가 합작하거나 역으로 KT측이 보고펀드에 지분을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SKT는 하나카드의 지분 49%를 4000억원에 인수,하나금융지주(51%)에 이어 이 카드사의 2대 주주가 됐다.

SKT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400만명이며 KT는 1500만명이다. 11개 은행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비씨카드의 가입자 수는 2700만명이기 때문에 KT로서는 비씨카드 회원을 상대로 마케팅을 할 경우 통신시장에서도 약진을 노려볼 수 있다.

이태훈/김인식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