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기업 채용 전형에서 영어면접은 거의 필수 항목이다. 면접 방법도 자기 소개나 입사 동기를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비즈니스 상황 역할극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뒤처진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다.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구사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반대로 영어 실력이 뒤처지는 사람들이 영어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어면접의 키포인트는 준비와 자신감이다.

영어면접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SK그룹에서도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만든 신입사원들이 많다. 해외 거주 경험이나 영어 연수 경험 없이도 당당히 SK그룹 채용 전형을 통과한 최부현씨(SK텔레콤 입사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김신형씨(SK해운 입사 ·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고세진씨(SK에너지 입사 · 한국외대 인도어과 졸업 예정)의 영어면접 노하우를 들어봤다.

◆자신없다면 통째로 암기하라

김신형씨(이하 김):영어면접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말하기 시험 교재를 골라 문장을 통째로 암기했다. 그 내용을 기본으로 스터디 회원들과 모의면접을 진행했다. 서로 질문을 하고 답하면서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변화를 통해 활용하니 완벽하게 내것이 됐다.

고세진씨(이하 고):나도 통째로 암기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교재를 통해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예시 답변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각 문항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법을 익힌 것이 짧은 시간에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최부현씨(이하 최):무조건 읽는 방법을 택했다. 뉴욕 타임스 사설을 매일 3개씩 소리내 읽었다. 내용 해석이 안 돼도 천천히 끊어 읽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 영어에 대한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차츰 쉬운 문장에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녹음해서 다시 들으며 발음도 교정하고 나중에는 혼자서도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는 것도 도움이 됐다. '어글리 배티'나 '가십 걸' 같은 드라마를 계속 봤더니 점점 들리는 단어들이 생겼다.

김:영어 필기 시험이 '시간싸움'이라면 영어 말하기 시험은 내 생각을 얼마나 정확히 말로 뱉어내느냐 하는 '출력싸움'이다. 때문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암기한 내용을 입으로 출력하는 연습을 계속 했다. 필기시험과 마찬가지로 영어말하기 시험도 시험장소와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나는 모의 테스트 효과를 많이 본 것 같다. 대부분 수험생이 시험장에서 당황하는 이유가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의 테스트를 경험하고 시험장에 간다면 침착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몇몇 어학원에서 무료로 모의 온라인 테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김: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그 나라 언어의 '발음법'을 굳게 다져 놓는다. 발음에 자신이 붙으면 말을 할 때도 자신감이 붙고 듣는 사람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일단 발음이 완성되고 나면 문법부터 파고들 것이 아니라 쉬운 문장부터 외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최:아침에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항상 아리랑 뉴스를 틀어놨다. 익숙한 주제에 대해 영어로 말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모르면 무턱대고 답하지 말고 물어보라

고:통상적으로 영어면접에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자기소개,지원동기,포부' 등이다. 그런데 SK그룹 영어면접은 상황극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영어말하기를 중점 평가했다. 실제 업체의 사장이나 영업담당 부장으로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다는 가정 아래 외부 영업,제안,고객 상담 등을 해보라는 식이다. 업계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용어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계획,전략 등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답변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김:일상적인 질문으로는 '좋아하는 스포츠,SK야구단,여가시간' 등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이기에 지원자들의 답변도 비슷했다. 그래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밝은 이미지를 전달하며 대답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비즈니스 상황에 대한 질문은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이 짧아 상당한 순발력이 필요했다. 평소 관련 업무에 대해 신문이나 서적을 통해 내공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며 습관을 들이면 입에 붙어 즉흥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임기응변이 생길 것이다.

최:영어면접 당시 'canteen(구내식당)을 열려고 한다. 문제 상황을 고려해서 협상을 해봐라'라는 상황을 제시받았다. 그런데 'canteen'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감점이 될까봐 걱정하면서 뜻을 물었보니 면접관이 웃으면서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해졌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고 당황하면 15분의 시간을 모두 버릴 수도 있다. 모르면 솔직하게 말하고 배우려는 자세와 열의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고:실제 면점에서는 시사적인 이슈에 대한 질문이 적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평소 신문을 꼼꼼히 읽고 이슈에 대한 주요 영어단어와 표현 등을 숙지해 놓는 것이 좋다.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주요 표현들을 따로 노트에 정리했다. 실제 면접에서 '내년 한국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영자신문 사설에서 접했던 내용이었기에 우리 정부의 경제 정책,세계 경제 석학들의 2010년 세계 경제 예상들을 근거로 답변할 수 있었다.

최:전공에 관한 질문 대비도 필요하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용어를 익혀둬야 한다. 영어면접에서도 역시 처음 인사가 중요하다. 유연한 자세와 여유,열정,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1 대 1 면접 상황에서는 내용보다 상대방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