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준선 한국제약협회장(안국약품 회장)이 정부의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 강행 방침에 반발,11일 전격 사퇴했다.

어 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업계 차원에서 강력 반대해온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가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협회 회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병 · 의원이 약을 기존 약값보다 싸게 사면 정부가 깎은 금액의 일정 부분을 병 · 의원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제도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원안대로 강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의 사퇴와 관련,제약사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협회 부회장단 10명도 이날 함께 동반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협회 회장과 부회장단 전원이 임기 중 사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오는 25일 개최되는 총회 전까지 문경태 부회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지게 된다.

업계는 그동안 이 제도 도입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정부가 제도 도입의 목표로 삼은 리베이트 근절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데다 약값만 큰 폭으로 깎이게 돼 국내 제약업계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어 회장은 이날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이 아니라 진료비를 현실화하고 제약협회뿐만 아니라 의 · 약단체,도매업계가 공동으로 근절 방안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건보 재정 문제로 어렵다면 전체 약제비를 조절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