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그리스 재정위기 지원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회담을 갖고 그리스 지원에 합의했다. 롬파위 상임의장은 "그리스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안에 도달했다"며 "다른 정상들과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해 조율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메르켈 독일 총리,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을 만나 지원방안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지원안을 합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7%, 내년 12.7%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내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적자 비율은 유로존 기준 3%의 네 배에 달한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는 홀로 버려지지 않겠지만 (지원의 대가로) 규칙이 부과되고,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귀도 베스테벨레 독일 부총리도 회담에 앞서 "독일 납세자들은 그리스에 백지수표를 끊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원에 상응하는 조건을 요구할 것을 내비쳤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떤 필요한 조치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인 정부 관계자를 인용, 9일 EU 재무장관 회담에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합의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폭넓게 지원에 참여하며 지원 목표는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가 EU 각국의 지원 과정과 그리스의 협약 준수를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그리스는 올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530억유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EU의 그리스 지원 합의안이 발표된 이후 유럽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급락했다.

한편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가 유럽연합(EU)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유럽 분열의 시발점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롬파위 상임의장이 이번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을 휩쓴 그리스발 위기를 EU가 각국 재정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귀동/김동욱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