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에게 인수 · 합병(M&A) 투자를 열어주는 신상품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오는 22일부터 잇따라 상장을 위한 공모 청약을 받는다.

3월까지 공모하는 스팩만 4곳에 달한다. 때마침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초과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스팩은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서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아 3년 내에 장외 우량 업체를 M&A하는 조건으로 특별 상장하는 페이퍼컴퍼니(서류회사)다.

기업공개(IPO)에 M&A를 결합해 이번에 처음 소개하는 스팩은 상장 이후 M&A가 불발돼도 원금은 대부분 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중장기 투자자들에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특히 '스팩 1호'는 고수익 기대가 높아 부동자금이 공모 청약에 크게 몰릴 것으로 보인다.

◆22일부터 스팩 1~4호 잇따라 공모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 주 대우 그린코리아를 시작으로 총 4개의 스팩 공모가 다음 달까지 줄줄이 이뤄진다. 그린코리아 스팩은 22~2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청약을 실시하며 첫 테이프를 끊는다. 내달 3일 상장 예정으로 '스팩 1호'를 예약한 그린코리아의 주당 공모가는 2500~3500원(액면가 1000원) 사이에서 결정될 예정이어서 공모 규모는 625억~87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공모 주식수는 2500만주이며 이 가운데 30%인 750만주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한다.

대우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미래에셋 제1호 스팩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내달 3~4일 공모 청약을 받는다. 주당 공모가는 1500원(액면가 500원)이며 공모 예정 주식수는 1333만주다. 전체 공모 규모는 200억원 수준이며 50%를 개인투자자에게서 조달할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의 스팩도 3월 공모를 거쳐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들 증권사의 스팩은 각각 지난 9일과 12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현대PwC드림투게더의 공모 규모는 200억원,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동양종금의 동양밸류오션 스팩 공모 규모는 450억원 수준이다.


◆1년 이상 투자시 고수익 기대

스팩 공모 방식은 기존 기업공개(IPO) 기업들과 같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격을 산정하고 기관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투자 방식은 기존 공모주 청약과 같지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모주 투자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면 단기에 팔아 수익을 확정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팩은 중장기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M&A 성사가 임박할 때까지는 기존 공모주와 달리 주가 변동이 크지 않고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스팩 주식을 매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모 청약에 참여하려는 수요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팩은 영업가치가 없고 예치한 공모 자금이 순자산가치(NAV)이기 때문에 주가는 공모가격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가 실제 M&A가 가시화할 경우 기대심리를 반영해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기대수익률은 합병 대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진행될 경우 100% 안팎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M&A 최종 기한은 3년이지만 초창기 스팩은 설립 1년이 지나자마자 합병을 성사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팩을 설립한 증권사 입장에서도 빨리 수익을 확정지으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스팩은 상법상 회사로 간주되는 만큼 1년 이내에 합병할 경우 합병 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1년 이내 합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A 못해도 원금은 거의 보장

스팩은 장외 우량 회사를 M&A하는 조건으로 특별 상장하는 대신 투자자 보호 장치도 잘 돼 있어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스팩이 M&A를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공모자금 중 운영자금을 제외하고 최소 90% 이상을 증권금융이나 은행 등에 별도 예치토록 강제한다. 좋은 회사가 없어 합병을 못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이자를 감안하면 원금에 가까운 금액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공모주 주가가 공모가보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 빠지면 주관 증권사가 되사주는 '풋백옵션'을 연상시킨다.

주주들은 M&A 대상에 대한 합병 여부를 두고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다. 합병 결정은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 2,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동의가 절대적이다. 이해 당사자인 스팩 발기인들은 의결권이 없어 일반 주주들이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M&A 대상을 거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얘기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