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그러나 연일 시끄러운 정치권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싸움이고 분란인가. 세종시 문제를 빌미로 진행되고 있는 여야간의 첨예한 대립은 물론 정부 여당내의 자중지란(自中之亂) 또한 심상치가 않다. 민생은 아예 뒷전으로 밀린 듯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경제와 서민생활을 걱정하기보다 세종시 수정안 여부를 놓고 여와 야는 물론 여당내에서조차 친이 · 친박으로 나뉘어 드잡이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신임당직자들과의 오찬에서 "설이 됐는 데 당내 문제를 신년(구정)까지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며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이 중심이 돼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언제까지 힘겨루기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문인 셈이다. 세종시 문제는 될수록 빨리 매듭짖는 게 올바른 해법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못만날 이유가 없다는 뜻을 피력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더 이상의 마찰은 피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이 갈라져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민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파적 이익 때문에 골탕 먹는 것은 상대 정치세력이 아니라 국민들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여당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권이 좀더 냉정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유럽의 경제위기 국면이 얼마나 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자리는 줄어들고,물가는 들썩거리고 있는 게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모습이다.

일자리 는 없고 물가가 오르면 누가 가장 고통스러워 할 것인가. 다름 아닌 배고픈 서민들이다. 이들은 누가 돌보고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을 포함한 지도층들이 맨 앞에 나서야 할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위로하기는커녕 세종시 건설 수정 문제를 둘러싸고 날선 설전(舌戰)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같은 분란이 한층 거칠어질 게 뻔하다는 사실이다. 세종시의 경우 지역균형 발전과 국토이용의 효율성을 따져 보면 답은 쉽게 나올 문제다.

이번 설 연휴를 정치지도자들 모두가 냉정하게 반성해 보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각자의 지역을 돌면서 민심의 소재를 좀더 세밀히 파악하는 것도 급선무다.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아마도 자신있게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본다. 제발 정신차리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