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과 운용으로 분리된 옛 한국투자신탁이 부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까지 2분기 연속 업계 최대의 수익을 낸 증권사로 탈바꿈했으며,한국투신운용의 국내 주식형펀드도 지난해 대형 운용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며 올 들어 자금을 쓸어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투가 옛 3투신(한국투자신탁 대한투자신탁 국민투자신탁) 시절에 누렸던 영광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한국증권은 작년 3분기(10~12월) 5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의 151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경쟁사인 미래에셋(334억원) 삼성(318억원) 동양종금(263억원) 등은 물론 전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이다. 이 증권사는 작년 2분기에도 69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업계 최대의 수익을 창출했다.

회사의 경영 전반을 손질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유상호 한국증권 사장은 "주식 위탁매매를 비롯해 IB(투자은행) 부동산 파생상품 트레이딩 등 전 부문의 순위가 업계 5위 안에 들고 있다"며 "고르게 수익을 내는 구조로 만들면서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구조가 춤추는 현상을 없애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7월부터 주식매매와 자산관리로 나뉘어 있던 지점 직원들을 두 가지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영업직군제'가 정착되면서 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도 2008년 말 6위에서 작년 말엔 2위로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성장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증권은 올초 사상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하는 삼성생명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됐는데,이에 따른 수익이 4월 이후에 한꺼번에 반영될 전망이다. 수수료 수익만 최소 2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관계사인 한국운용도 펀드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운용의 국내 주식형펀드들은 평균 61% 넘는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49% 오른 코스피지수는 물론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54%)을 크게 웃도는 등 1조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운용의 펀드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한국운용으로 유입된 자금은 23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증시에서 수시로 사고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5200억원 넘게 이탈했다.

특히 지난해 성과가 좋은 주력 펀드에 돈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71% 이상 수익을 낸 '한국투자네비게이터1'엔 1953억원의 자금이 몰렸으며,80%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투자한국의힘'은 올 들어 투자원금(설정액) 1000억원이 넘는 중형 펀드로 발돋움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는 8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쏠리며 1조원(9767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판매가 중단된 펀드에서 이탈하는 자금을 감안하더라도 꾸준한 유입세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찬형 한국운용 사장은 "중국 속담에 '3척의 얼음은 하루 아침에 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오래 전부터 전 직원과 함께 옛 '명가'를 되찾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시스템을 갖춘 결과 성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과 올해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더 노력해 국내 자산운용시장에서 독보적인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