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를 타고 고가의 한우,굴비,홍삼 등 '빅3' 품목이 올해 설 선물세트 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의 '통 큰 구매'에다 성과급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개인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선물세트 매출이 10~30%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

◆'개미군단'이 돌아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1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시즌 같은 기간에 비해 28.5%,현대백화점은 24.9%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4.3%(지난해 문 연 센텀시티 · 영등포점 포함 시 39.9%) 늘었다. 대형마트도 이마트 15.4%,홈플러스 27.4%,롯데마트 15.9% 등 일제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올 설 선물시장의 특징은 기업의 대량 구매로 초반 높았던 매출 신장세가 설 시즌 막바지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추석에는 기업의 구매로 초반 30~40%대의 증가세를 보이다 개인의 소비가 부진하면서 전체 증가율이 10% 안팎에 그쳤다.

박봉규 롯데백화점 잠실점 식품팀장은 "원래 설 3~4일 전 매출은 판매가 가장 많은 7~8일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데 올해는 70~80% 수준을 유지했다"며 "이는 개인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욱 이마트 성수점 과장도 "지난해 설에 비해 구매 고객 수가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한우 · 굴비 · 홍삼,명절선물 '빅3'로

설 선물시장의 두드러진 현상은 '굴비의 귀환'.지난해 설에는 불황에 가짜 법성포 굴비 파동까지 겹쳐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유통업체마다 전년도보다 30~50% 늘어 명절 인기 품목의 위상을 되찾았다. 굴비 매출은 롯데백화점(30.1%),현대백화점(38.9%),이마트(33.4%)가 각각 30%대의 증가율을 보였고,홈플러스는 50.7%나 늘었다. 갈비를 포함한 한우 선물세트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10%가량 올랐지만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선물 구입 예산을 늘린 기업이 거래처 선물로 선호하는 데다 쇠고기 이력추적제로 한우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

웰빙 트렌드에 맞춰 홍삼 등 건강식품의 강세는 설에도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에서는 홍삼 매출이 78.1% 증가하는 등 건강식품 매출이 47.1% 증가했고,롯데백화점도 36.5% 늘어 주요 품목 중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았다.

'갈비+국거리' 등 혼합세트 인기

비슷한 가격이라면 단품보다 2종 이상의 상품이 섞인 혼합세트가 인기였다. 현대백화점에서 과일의 경우 '사과+배','사과+배+한라봉' 등 혼합세트 증가율이 31.8%로 사과(16.2%)나 배(14.5%) 단품 세트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마트에서도 갈비와 불고기거리,국거리를 섞은 우육세트가 40.4%,굴비 갈치 옥돔 등을 섞은 수산세트가 29.6% 증가했다.

가공식품에선 참치캔과 햄,식용유 등을 혼합한 세트의 판매 증가율이 단품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헌상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부장은 "소가족화로 다양한 제품이 조금씩 들어있는 세트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