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예요. 친성장파이자 치열한 자유시장 신봉자이고요.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비즈니스위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기업들에 자신의 기업관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의료보험 개혁,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개혁,금융감독 개혁 정책 등을 추진하다보니 반기업적이라는 정서가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좌파 쪽에서는 정부가 대기업들의 호주머니 속 존재라고 여기고,기업계에서는 반기업적이라는 인식이 있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 정부는 친성장이고,번성하고 역동적인 자유시장을 치열하게 옹호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여러 추측과는 반대로 기본적으로 친기업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미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현명한 에너지 정책과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의료보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가 900만달러,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가 1700만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그들은 상식 있는 사업가"라며 "나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처럼 다른 사람의 성공과 부를 못마땅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게 바로 자유시장 시스템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동안 월가를 향해 '살찐 고양이'이라고 몰아붙이고 대규모 보너스 잔치에 '무책임의 극치'라고 독설을 쏟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오바마는 미국 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지난 가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반기를 들어온 토머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과도 최근 자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화해를 시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기업계에서도 대형 금융사들을 향한 분노와 반월가적인 목소리가 들린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산층은 낙오됐다는 정서가 있고,기업들이 돈을 벌었지만 종업원들은 월급이 그대로이거나 줄어 가계에 부담이 된 측면이 있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이 자신있게 제품을 사려면 금융 부문에 공정한 경쟁과 룰이 필요하다"면서 금융감독 개혁론을 꺼내들었다. 정부 보증 등을 통해 값싸게 자금을 확보한 은행들이 고객에게 대출하거나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보장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과 보너스를 챙기기 위해 자기자본투자나 다른 거래에 주사위를 굴리는 행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한쪽으로만 쏠려 업계의 혁신과 투자를 억누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 인상과 사회보장지출 감축 등 모든 아이디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선 때 연소득 20만달러 이하 개인(가계는 25만달러 이하)에게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같은 오바마의 발언은 지지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최근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하는 등 정치적 입지가 좁아짐에 따라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과 중산층을 끌어들여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이기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 100점 만점에 낙제 수준인 57점을 부여했다.

오바마는 최근 불거진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와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정확한 사실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자동차 메이커들은 공공안전에 우려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확인되면 소비자 불만에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 문제가 터지면 자신들의 브랜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