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에 인터넷검열 풍자 동영상 인기>-----------------

중국 네티즌들이 인터넷 동영상을 제작해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인기 온라인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풍자한 동영상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64분짜리 동영상의 제목은 '인터넷 중독의 전쟁'(War of Internet Addiction)으로 중국 최대 온라인 영상사이트 유쿠닷컴(www.youku.com)에서 이미 수백만명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영상은 미 게임업체인 블리자드의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캐릭터들을 이용해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중국 정부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이 동영상은 표면적으로 워크래프트 중국판을 네티즌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중국 정부에 대한 좌절을,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지난해 중국에서 불거진 인터넷 규제에 대한 강한 항의를 표현했다. 동영상에서 푸른색의 갑옷을 입은 소의 형상을 한 '칸니메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게이머들을 '그린댐'으로 쓸어버리려는 음모를 꾸미는 '하모니(harmony · 조화)'가 보낸 악당과 맞선다. 동영상에서 칸니메이는 동료들에게 "손을 높이 들어라.당신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들이 유튜브를 막았을 때 너희는 행동하지 않았고 트위터를 막았을 때도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에 그동안 침묵해왔던 다른 캐릭터들이 에너지를 모아줘 칸니메이가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줄거리다.

여기서 그린댐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자국에서 판매되는 PC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려고 했던 웹필터링 소프트웨어와 이름이 같다. 악의 세력인 하모니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의 슬로건으로 내세운 '조화 사회'를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네티즌은 당국의 '조화'를 곧 '검열'로 받아들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제작된 이 동영상은 인터넷 검열외에도 중국에서 이슈가 됐던 식품 오염，폭등한 부동산가격,심각해진 빈부격차 등을 건드리며 중국내 부정 · 부패와 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무기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