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정유회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2차전지 핵심소재 사업에 나란히 진출,신성장사업 기반 확대에 나섰다. 2차전지 적용 분야가 노트북 스마트폰 등 소형 디지털기기에서 전기자동차로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급팽창하고 있는 2차전지 4대 핵심소재(분리막 음극재 양극재 전해질)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두 회사의 전략이다.

SK에너지는 핵심소재 중 판매단가가 가장 비싼 분리막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일본 아사히화성을 맹추격하고 있고,GS칼텍스는 국산화율이 '제로(0)' 수준인 음극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차전지 소재의 국산화는 완제품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져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2차전지의 가격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음극재 국산화 첫발

15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올 하반기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2차전지 음극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연구 중인 음극재는 인조 흑연,천연 흑연 등 흑연을 원료로 한 기존 제품과 달리 탄소 소재를 기초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미래 '캐시카우(cash cow)' 확보를 위해 연료전지 수소스테이션 박막전지 등 신 ·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기업이 2차전지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 것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음극재 개발에 성공한 LS엠트론 이후 두 번째다.

음극재는 2차전지 충전시 리튬 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전시 배출하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품 효율에 따라 2차전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0% 안팎이다. 음극재는 2차전지 4대 핵심 소재 중 유일하게 국산화가 미흡한 분야다. 원료로 사용되는 다량의 흑연 확보가 어려운데다 가공기술도 일본에 뒤처져 있어서다. 음극재 시장은 히타치화성 닛폰카본 JFE 등 일본 기업들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전기차용 대형전지 수요 증가와 맞물려 현재 5000억원인 세계 음극재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4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LG화학 삼성SDI 등 탄탄한 국내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사업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10년 일본 아성' 깬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2차전지 분리막 분야에서 10여년간 세계 시장을 양분해온 아사히화성(시장점유율 40%) 및 도넨(30%)과의 시장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분리막 개발에 성공,충북 청주공장에 연간 8400만㎡ 생산라인을 갖췄다. 공사 중인 4,5호 라인이 올 상반기 완공되면 생산규모는 1위 아사히화성과 맞먹는 1억㎡까지 늘어나게 된다. SK에너지는 2005년 시장에 첫 분리막 제품을 내놓은 뒤 4년 만인 작년 말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렸다.

분리막은 2차전지 내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전극간 전기적 접촉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2차전지 제조원가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세계 시장규모는 2015년 2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2차전지를 사용하는 새로운 산업군의 등장과 함께 분리막 판매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세계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생산라인 건설 등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