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 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아이온' 외에 이렇다 할 대박 게임이 없었는데도 출시된 지 4~5년이 지난 '올드보이 게임'들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덕분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미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제몫을 하고 있다.

◆장수(長壽)게임이 실적 견인 '1등 공신'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의 '바이블'로 통하는 '리니지'로 1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알짜 역할을 했다. 출시된 지 13년째를 맞은 이 게임의 매출은 웬만한 국내 중견 게임 업체의 한 해 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리니지 후속작으로 2003년에 나온 '리니지2'의 작년 매출은 152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했다. 2개의 리니지 시리즈를 합친 매출은 2008년 말 출시한 아이온(2520억원)보다 많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 전년 대비 83% 증가한 6347억원의 매출을 기록,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넥슨도 출시한 지 6~7년이 지난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카트라이더','마비노기' 등 장수 게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0여개 자회사를 포함한 작년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7000억~7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60~70%가 4개 장수 게임이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2004년 출시한 캐주얼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60개국에서 수익을 내고 있고,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가 200만명을 웃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 미르의 전설,중국서 쾌주

네오위즈게임즈도 '피파온라인2','스페셜포스','슬러거' 등 3개 게임으로 지난해 10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전체 매출(2772억원)의 38%에 이른다. 미국 일렉트릭아츠(EA)와 공동 개발한 온라인 축구게임 피파온라인2는 2007년 상용서비스 이후 이 회사의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에는 400억원의 매출 실적을 냈다.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한 총싸움 게임 스페셜포스의 매출도 지난해 340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 20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총싸움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작년 해외 매출(621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게임이 됐다.

CJ인터넷에서도 총싸움 게임 '서든어택',야구게임 '마구마구' 등 출시한 지 5년이 넘은 게임이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린 지난해 매출(2206억원) 중 서든어택이 25%,마구마구가 16%를 각각 차지했다. 장수 게임인 '그랜드체이서','SD건담온라인','건즈온라인' 등을 포함하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출시한 지 5년이 넘는 게임에서 나오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미르의 전설2','미르의 전설3' 등 미르 시리즈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01년 6월 '미르의 전설2'로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한 뒤 미르 시리즈만으로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중국 등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올드보이 게임'들의 질주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올드보이들의 선전은 지난 3~4년 동안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가 아이온을 빼곤 대박 게임을 내놓지 못한 탓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국내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콘텐츠가 풍부해져 해외에서 올드게임들이 각광받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