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건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본지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국내는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해 2010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신재생에너지 선진국 대사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고광철 본지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조태열 스페인 대사,임근형 덴마크 대사,마영삼 이스라엘 대사,정용칠 UAE(아랍에미리트) 대사를 만났다.

사회=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

▼사회=스페인과 덴마크가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이라는 사실이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조태열 대사=스페인은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 풍력발전 국가다. 세계시장 점유율의 1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도 진출해 악쇼나(Acciona)사가 경북 양양에 1억2000만달러 규모의 풍력단지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기술 이전에 대해 관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이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침 올해는 한국과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로 스페인 국왕이 가을께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근형 대사=덴마크는 1973년 국제 석유파동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시작한 이 분야 선진국이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풍력에 강점이 있는데 전 세계 1위인 베스타스(Vestas)사가 덴마크 기업이다. 국내에서 수입한 풍력발전기의 상당수가 이 회사 제품이다. 베스타스는 한국 투자도 타진했는데 요즘 조금 망설이는 모습이다.

▼사회=한국 투자에 어떤 걸림돌이 있어서인가.

▼임 대사=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입법이나 지원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령 풍력발전기 20개를 건설하려면 인 · 허가를 각각 20번씩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녹색성장 정책이 가시화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조 대사=초기에는 보조금을 주면서라도 산업을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 가령 한국의 전기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싼 편이기 때문에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풍력 발전의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시장경제 체제로 가도 되지만 그 전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적절한 규제도 약이 될 수 있다.

▼사회=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마영삼 대사=한국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74% 정도로 평가된다. 가장 앞선 태양광은 85% 수준이다. 태양광 모듈 등 부품은 표준화가 이미 진행돼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되는데 한국은 중국과 인도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사회=세계와의 경쟁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나.

▼조 대사=선진국 기술을 도입한 뒤 우리 것으로 만들어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한국만 놓고 보면 시장이 작아서 크게 매력적인 산업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신재생에너지는 세계적인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유럽 등의 선진 업체들이 아시아의 거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는 데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용칠 대사=맞는 말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길게 보고 미리 시작해야 한다. 전 세계 6위 산유국인 UAE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키우기에 힘쓰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UAE의 마스다르(Masdar)사는 2008년부터 220억달러를 투자,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마스다르 시티' 조성에 나서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인식도 크게 좋아져 우리 기업의 진출 전망도 밝다.

▼임 대사=최근 울릉도가 덴마크의 100% 신재생에너지 자급섬인 삼소도(Samso Island)와 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은 좋은 본보기다. 삼소도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풍력 등으로 섬의 전력 수요를 자체 충당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벤치마킹 노력이 필요하다.

▼정 대사=한국이 강점이 있는 반도체와 조선 분야를 활용해 태양광 패널과 해상풍력발전을 신재생에너지 수출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2007년 기준 한국의 전체 에너지 공급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7%에 불과하다. 그나마 폐기물(77%)과 수력(13.9%)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 쪽을 더 키워야 한다.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