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부천시 원미구청 앞 부천만화창작스튜디오 2층에 입주한 만화콘텐츠제작업체 '플라잉툰'.만화캐릭터 인형들이 잔뜩 쌓여 있는 탁자 옆에서 캐주얼 차림의 한 작가가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바쁘게 놀리고 있었다. 네이버에 2년째 연재 중인 만화 '싸우자 귀신아'의 작가 임인스씨다. 현재 80여편의 네이버 만화 중 조회 수가 4위인 1억5000만클릭으로 기록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그의 작업환경은 인기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임 작가만 해도 별도의 작업공간을 마련할 형편이 못돼 선배인 임덕영 사장의 작업장을 임시로 빌려쓰고 있다.

부천에서 활동 중인 200여명의 작가들 형편도 임 작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전국에서 활동 중인 만화 · 애니메이션 작가 400여명 중 절반이 넘는 작가들이 부천에 몰려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눈에 띄는 지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덕영 사장도 3년 전 부천시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 작가처럼 떠돌이 생활을 면하지 못했을 거라고 회상했다.

역시 만화작가로 어린이과학동화에 '미션키트맨'이란 만화를 연재 중인 임 사장은 "국내 만화작가들은 우수한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컴퓨터 게임과 영화 등 영상산업에 밀려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말 현재 약 60조원 규모인 국내 문화 콘텐츠산업 매출액 중 만화(7900억원)와 애니메이션(3200억원)은 출판(22조2000억원),방송(10조7000억원),광고(9조5000억원),게임(5조2000억원),영화(3조5000억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어 만화 · 영상업계가 기대감에 들떠 있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난 10일 부천을 중심으로 한 만화 ·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강화에 직접 나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들 양 기관은 콘텐츠 원천소스인 만화 · 애니메이션 산업 지원을 통해 다른 장르의 동반 성장과 신규 유통망 확대,해외시장 개척 등 만화 · 애니메이션 소비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원사업은 경기 지역문화 소재 만화콘텐츠 개발,G-Toon 창작 만화사업,어린이 순수창작만화 제작 등 장르별 우수 콘텐츠를 지원하는 만화 · 애니 제작 지원 분야와 △만화의 해외 온라인 유통 지원 △우리 만화 현지화 지원 △만화 · 애니 차세대 유통 플랫폼 구축 등의 유통 지원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만화 · 영상업계에 12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권택민 원장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영화,게임 등 다른 콘텐츠의 원천 소스(소재)로 가치가 높아 제작,유통 및 소비가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스마트폰과 인터넷TV 등 새 단말기의 등장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기존 콘텐츠도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해 세계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박석환 콘텐츠비즈니스팀장도 "국내 만화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술과 능력은 우수한데 투자 부진으로 홍보나 유통 등 프로모션은 제자리"라며 "정부의 지원이 활성화되면 일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부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