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환율 변동에 좌우되는 정부의 외화예산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예산편성 환율과 집행 환율과의 차이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면 예산이 모자라고 환율이 하락하면 예산이 남아도는 폐단(弊端)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외화예산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예산부족분이 발생하면 사업 자체를 축소하거나 예비비를 통해 조달해왔고, 환율 하락으로 잉여예산이 생기면 꼭 필요하지도 않은 용도로 전용해 사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어 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환율변동에 취약한 외화예산의 특성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소중한 국민세금이 낭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실제 방위사업청 국방부 외교통상부 농식품부 등 외화예산 비중이 높은 4개 정부부처에서 지난 2005~2007년 동안 발생한 잉여예산 4456억원 중 76.6%에 이르는 3414억원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고 한다. 또 환율이 급등한 2008년의 경우는 부족한 예산 4126억원을 사업규모 축소나 다른 예산으로부터의 전용, 또는 예비비를 통한 조달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도 외화예산이 42억달러(약 5조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관리 방식의 효율화는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과제다. 환율변동으로 인해 예산이 모자라거나 남아돌 경우 체계적으로 부족분을 보전해주거나 잉여예산을 회수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중장기적 환율 변동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등 환위험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2002년부터 환리스크 관리지침을 제정해 시행중인 호주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된다. 호주 정부는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제반 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예산조정 과정을 통해 환율변동으로 인한 부족예산은 보전해주고 잉여예산은 환수하는 '환차(換差) 손익 상쇄 원칙'정책을 시행중이라고 한다. 이런 사례 등을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는 외화예산 관리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