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감기 특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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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기 조심하세요. 혹 감기 걸리셨다면 감기약을 먹기 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가져 보세요. 따스한 웃음과 정이 감기를 낫게 할 수 있다는 자료가 나왔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경쾌한 음악을 들려주는 라디오방송이 들려온다. 바이러스성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으며 감기 초기 따뜻한 음식을 먹고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말을 늘 들어왔으면서도 감기로 인해 주말을 '방콕'으로 보낸 필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속이 답답하다며 마냥 누우려는 딸의 창백해진 손과 발을 만져 주고 배를 쓸어내려 주고 등을 도닥거려 주면 어느 새 새근거리며 잠들던 그 편안한 모습.80대 아들과 60대 손자와 함께 5대가 어울려 살고 있다는 어느 109세 할머니의 가정 이야기.설날 감기로 고생하는 나를 따뜻하게 한다.
1984년 가을 23세인 난 경북의 한 시골학교에 부임했다. 산골에서 토끼사냥에 땔감까지 마련하던 6학년 남자반이 맡겨졌다. 지금과 달리 초등학교에 예체능 전담교사가 없던 시절이라 체육도 직접 가르쳐야 했다. 기가 센 아이들은 신체기능이 사실 나보다 더 나아 평소에도 지도가 어려웠는데 설상가상 가을운동회에 4,5,6학년 매스게임을 지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40명 한 반 통제도 끙끙거리던 초보 여선생에게 200여명의 매스게임을 지도하라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오라는 말처럼 들렸다. 한숨부터 나왔다. 9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제멋대로 놀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저 우왕좌왕했다. 그때 3년차 선배 여선생님이 다가오더니 마이크를 잡고는 아이들을 그늘로 데리고 갔다. 조곤조곤 웃음소리와 함께 곧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그 여선생님의 손짓에 따라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후 도움을 청하는 방법,어울려 살아가는 직장생활,진정한 자존심에 대해 나 나름의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이 힘에 부칠 때 스스로 자신을 살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동반자가 필요하고 스승,벗,이웃,동료,선배 등 멘토가 필요함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한평생 잘 살려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인생은 짧은 담요와 같다. ' 끌어 당기면 발이 시리고 끌어 내리면 어깨가 싸늘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사람과 발을 덮고 맛난 대화를 나눈다면 따뜻한 겨울밤을 보낼 수 있다는 M 하워드의 말을 생각해본다.
얼음은 차가운 물을 부으면 잘 녹지 않는다. 뜨거운 물을 부어야 잘 녹는다. 인생의 뜨거운 물인 사랑과 배려,베풂과 나눔 및 어울림,동행,감사라는 단어를 떡국에 담아 두 그릇이나 비운 명절.그래서 명절은 그저 좋은가 보다.
송은숙 한국인식기술대표 ses@hiart.com
컨디션이 좋지 않아 속이 답답하다며 마냥 누우려는 딸의 창백해진 손과 발을 만져 주고 배를 쓸어내려 주고 등을 도닥거려 주면 어느 새 새근거리며 잠들던 그 편안한 모습.80대 아들과 60대 손자와 함께 5대가 어울려 살고 있다는 어느 109세 할머니의 가정 이야기.설날 감기로 고생하는 나를 따뜻하게 한다.
1984년 가을 23세인 난 경북의 한 시골학교에 부임했다. 산골에서 토끼사냥에 땔감까지 마련하던 6학년 남자반이 맡겨졌다. 지금과 달리 초등학교에 예체능 전담교사가 없던 시절이라 체육도 직접 가르쳐야 했다. 기가 센 아이들은 신체기능이 사실 나보다 더 나아 평소에도 지도가 어려웠는데 설상가상 가을운동회에 4,5,6학년 매스게임을 지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40명 한 반 통제도 끙끙거리던 초보 여선생에게 200여명의 매스게임을 지도하라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오라는 말처럼 들렸다. 한숨부터 나왔다. 9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제멋대로 놀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저 우왕좌왕했다. 그때 3년차 선배 여선생님이 다가오더니 마이크를 잡고는 아이들을 그늘로 데리고 갔다. 조곤조곤 웃음소리와 함께 곧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그 여선생님의 손짓에 따라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후 도움을 청하는 방법,어울려 살아가는 직장생활,진정한 자존심에 대해 나 나름의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이 힘에 부칠 때 스스로 자신을 살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동반자가 필요하고 스승,벗,이웃,동료,선배 등 멘토가 필요함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한평생 잘 살려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인생은 짧은 담요와 같다. ' 끌어 당기면 발이 시리고 끌어 내리면 어깨가 싸늘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사람과 발을 덮고 맛난 대화를 나눈다면 따뜻한 겨울밤을 보낼 수 있다는 M 하워드의 말을 생각해본다.
얼음은 차가운 물을 부으면 잘 녹지 않는다. 뜨거운 물을 부어야 잘 녹는다. 인생의 뜨거운 물인 사랑과 배려,베풂과 나눔 및 어울림,동행,감사라는 단어를 떡국에 담아 두 그릇이나 비운 명절.그래서 명절은 그저 좋은가 보다.
송은숙 한국인식기술대표 ses@hi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