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연방 상원의원의 아들인 패트릭 케네디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이로써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미국의 현대 정치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 케네디 가문이 64년 만에 워싱턴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패트릭의 임기가 내년 초 끝나면 미 의회와 행정부에서 케네디가 출신 얼굴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에드워드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부인 비키 케네디,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조지프 케네디 2세도 매사추세츠주 보궐선거에 불출마했다.

케네디 가문이 워싱턴 정치무대에 등장한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46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이후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상원의원 3명,하원의원 4명,각료 1명을 배출해 워싱턴 권력의 정점을 이뤘다.

총탄에 운명을 달리한 존 F 케네디는 유인 달착륙 계획으로 대표되는 '뉴 프런티어' 정신을 미국민들에게 심어줬다.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는 형 아래서 법무장관으로 일했다. 1965년부터는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활약하다가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부상했지만 1968년 유세 도중 암살됐다.

막내인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은 1962년 29세 때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상원의 사자(Lion of the Senate)'로 불리며 47년 동안 상원을 호령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의료보험 개혁은 에드워드가 달성코자 했던 최고의 가치며 목표였다.

케네디가 1세대 형제들이 이처럼 중앙 정치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에 비해 2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명맥을 잇는 데 만족해야 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은 힐러리 클린턴 전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 오르면서 공석이 된 뉴욕주 상원의원직에 도전했다. 하지만 가문의 후광과 재력 말고는 정치적인 재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부딪치는 바람에 꿈을 접었다.

로버트 케네디의 장남 조지프 케네디 2세는 1987년부터 1999년까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으나 이후 정치를 떠나 현재 비영리 자선단체 활동에 헌신하고 있다. 1988년 21세 때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1994년 연방하원에 입성한 패트릭도 우울증,마약중독증,자폐증,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전 의원의 타계가 케네디가 1세대의 퇴장을 알렸다면 아들인 패트릭의 불출마 선언은 케네디 가문의 정치적인 종막을 고한 셈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