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주주총회가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열린다. 올해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뚜렷한 이슈가 많지 않아 금호아시아나그룹 효성 등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조용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경기회복에 따른 이익개선으로 상장사 대부분이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배당금을 결정한 상장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배당을 전년보다 늘리기로 했다.

◆상장사 56%가 배당 확대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결산배당을 공시한 191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배당금을 늘리거나 새롭게 지급하는 기업은 모두 100개사(52.3%)로 나타났다. 105개 코스닥법인을 합할 경우 전체 360개사 중 56.9%인 205개사가 배당 확대 정책을 펼쳤다. 125개사는 주당 배당금을 늘렸고 80개사는 새롭게 지급하기로 했다.

한 해 전과 배당을 똑같이 하는 상장사는 전체의 29.1%인 105개사로 나타났고,배당을 줄인 기업은 50개사로 13.8%에 불과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상장사들의 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당 배당금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상장사는 한독약품으로 보통주 1주당 60원에 불과했던 배당금이 390원으로 6배 이상 뛰었다. 이는 금융위기가 있기 전인 2007년의 350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배당금 총액도 7억원대에서 45억원대로 급증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250원에서 100원으로 낮췄던 주당 배당금액을 올해는 500원(우선주 550원)으로 다시 올려잡았다. 전체 배당액은 21억원에서 105억원으로 5배 불어났다.

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졌던 LG전자삼성SDI 삼성전기 등 IT(정보기술) 기업 역시 후한 배당금을 지급한다. LG전자는 지난해의 5배에 달하는 1750원을 지급키로 했고,삼성SDI와 삼성전기도 250원씩 나눠줬던 주당 배당금을 각각 1000원과 750원으로 올렸다. 이 밖에 넥센타이어(60원)와 CJ제일제당(3500원) 삼양사(1500원) 등이 현금 배당액을 3~4배씩 늘렸다.

◆투신권 "문제삼을 주총장 많지 않아"

배당을 확대하는 상장사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주총은 예년에 비해 조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올해 주총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난해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대부분 크게 늘었고 배당도 확대해 주총에서 목소리를 높일 만한 기업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원선 상장회사협의회 조사본부장도 "기업들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기관투자자들을 굉장히 의식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과 배당,주가 등이 대부분 괜찮아 안도하는 회사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주 조선주 등은 배당이 줄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기 타격이 컸던 은행주는 2008년 사업연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가 2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통상 주당 2000~4000원의 배당을 했던 KB금융지주는 이번에 주당 230원의 현금배당을 하겠다고 밝혀 기관들이 상당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부산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도 일제히 배당금을 줄였다.

또 일부 경영 투명성에 허점을 드러낸 기업의 경우 주주들의 강력한 성토가 예상된다.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호산업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철회하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였던 효성과 1000억원대 풋백옵션을 숨겨 왔던 네오위즈게임즈 등도 주주들의 반발이 예고된다.

전문가들은 주총 기한인 3월 말 직전에 주총을 여는 상장사를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총 6주 전에는 결산자료를 내부감사와 외부감사에 넘겨야 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은 결산이 늦어져 주총을 3월 말에 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드라인 직전에 정기주총을 여는 회사는 실적 악화로 결산이 늦어지거나 경영권 분쟁으로 혼선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진형/강지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