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강남大戰] 강남 요지에 증권사 VIP센터 53개 '빼곡'…은행 아성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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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 10층 빌딩 5개층이 PB지점
테헤란로 3㎞엔 증권사 지점만 16곳 경쟁
시장 선점한 은행권…PB 추가배치 등 맞대응
테헤란로 3㎞엔 증권사 지점만 16곳 경쟁
시장 선점한 은행권…PB 추가배치 등 맞대응
강남 자산관리시장을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 간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 지역 고액자산가인 VIP 유치에 초점을 맞춘 증권사의 공세와 계속 자신의 아성으로 고수하려는 은행의 수성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증권사들은 강남 부자들의 자산 규모가 급증한 데 따라 PB 전문인력 2~3명을 배치해 영업하던 종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테헤란로와 압구정동 청담동 도곡동 등 요지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PB센터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권준일 하나은행 PB사업본부장은 "강남지역 PB시장에서 은행과 증권사들이 업종 구분 없는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증권사,VIP 전용 PB센터 속속 개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거리는 구찌,루이비통 등의 매장이 포진해 있어 한국의 대표적인 명품거리로 꼽힌다.
KB금융은 일찌감치 이 거리에 거액 자산가들을 겨냥한 PB센터 'GOLD&WISE'를 개설했다. 큰 길 건너편 트리니티 플레이스 빌딩에는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유진증권 산업은행 등 4개의 PB센터가 둥지를 틀었고,최근 VIP를 대상으로 한 PB영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대우증권이 'PB클래스 갤러리아'를 다음 달 개설한다. 전체 10층 중 5개 층에 PB 지점이 들어서자 업계에서는 'PB타운'으로도 불린다.
대우증권의 PB센터는 1254㎡(380평) 규모에 20여명의 PB들을 상주시킬 예정이다. 보통 PB센터 3개 정도를 합쳐놓은 초대형 규모로 금융자산 규모만 10억원이 넘는 VIP 고객들이 주 타깃이다.
이 증권사 신재영 강남지역본부장은 "은행권이 선점하고 있는 PB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강남지역 중에서도 자산 규모가 많고 까다로운 고객들이 몰려있는 압구정동에서 기선 제압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신흥부촌 도곡동은 더 치열하다. 타워팰리스 맞은 편 군인공제회회관 건물에는 총 6개의 은행과 증권사 지점이 들어서 PB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작년 하반기 이후 반경 1㎞ 이내 지역에 기업은행,신한은행,SC제일은행,씨티은행 등 총 4개 은행이 VIP 대상의 PB 지점을 추가로 냈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증권은 기존 지점 외에도 타워팰리스에 30억원 이상 수탁 고객만을 전문으로 하는 VVIP 전용 PB센터를 곧 오픈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에는 역삼역 서울파이낸스센터를 중심으로 일명 'PB 거리'가 형성돼 있다. 강남역에서 삼성역으로 가는 3㎞에 달하는 이 거리에는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이 각각 2곳씩의 PB센터를 운영하는 등 총 16개의 증권사 PB센터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HMC투자증권은 작년 11월 신설사로는 처음으로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VVIP 지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서울파이낸스센터점을 도곡동 신규 지점처럼 VVIP전용 PB센터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430㎡(약 130평) 규모에 15명 이상의 베테랑 PB를 배치할 계획이다. 류남현 삼성증권 테헤란PB지점 부장은 "증권사의 '창'과 은행의 '방패'가 경쟁하는 형국"이라며 "삼성이 PB시장에 뛰어든 후 은행들은 '경쟁자는 다른 은행이 아니라 삼성증권'이라고 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 시장 수성 위해 전열 재정비
은행들은 증권사들의 공세에 맞서 시장 수성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하나은행은 강남 지점 중에서 거액 자산가 고객이 많은 곳에는 PB를 추가로 배치하거나 증원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PB 고객 중에서도 자산 규모 10억원 이상,30억원 이상 등으로 세분화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체어스 특화 서비스'를 지난 8일부터 시작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압구정 청담 반포 잠실 등에 PB센터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 PB센터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쉽사리 증권사쪽으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은행은 그동안 세무 법률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 놨기 때문에 보다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PB 무한경쟁 시대,강남이 승부처
금융회사들이 강남 지역 PB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자산관리시장이 급팽창할 여건이 성숙됐다는 판단에서다. 강우신 센터장은 "2000년 초반만 해도 PB 고객들의 금융자산은 많아야 5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현금만 30억원이 넘는 고객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또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다양한 투자 상품이 등장할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고 금융회사 간의 칸막이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산업적 요인'도 PB영업 경쟁 격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완우 대우증권 마케팅본부장은 "주식위탁매매 수수료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반면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고액자산가의 70%에 해당하는 9만여명이 강남 · 서초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PB서비스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염상섭 우리투자증권 영업전략부장은 "'강남에서 통하면,전국에서 통한다'는 말대로 이 지역의 전략적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
증권사들은 강남 부자들의 자산 규모가 급증한 데 따라 PB 전문인력 2~3명을 배치해 영업하던 종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테헤란로와 압구정동 청담동 도곡동 등 요지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PB센터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권준일 하나은행 PB사업본부장은 "강남지역 PB시장에서 은행과 증권사들이 업종 구분 없는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증권사,VIP 전용 PB센터 속속 개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거리는 구찌,루이비통 등의 매장이 포진해 있어 한국의 대표적인 명품거리로 꼽힌다.
KB금융은 일찌감치 이 거리에 거액 자산가들을 겨냥한 PB센터 'GOLD&WISE'를 개설했다. 큰 길 건너편 트리니티 플레이스 빌딩에는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유진증권 산업은행 등 4개의 PB센터가 둥지를 틀었고,최근 VIP를 대상으로 한 PB영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대우증권이 'PB클래스 갤러리아'를 다음 달 개설한다. 전체 10층 중 5개 층에 PB 지점이 들어서자 업계에서는 'PB타운'으로도 불린다.
대우증권의 PB센터는 1254㎡(380평) 규모에 20여명의 PB들을 상주시킬 예정이다. 보통 PB센터 3개 정도를 합쳐놓은 초대형 규모로 금융자산 규모만 10억원이 넘는 VIP 고객들이 주 타깃이다.
이 증권사 신재영 강남지역본부장은 "은행권이 선점하고 있는 PB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강남지역 중에서도 자산 규모가 많고 까다로운 고객들이 몰려있는 압구정동에서 기선 제압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신흥부촌 도곡동은 더 치열하다. 타워팰리스 맞은 편 군인공제회회관 건물에는 총 6개의 은행과 증권사 지점이 들어서 PB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작년 하반기 이후 반경 1㎞ 이내 지역에 기업은행,신한은행,SC제일은행,씨티은행 등 총 4개 은행이 VIP 대상의 PB 지점을 추가로 냈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증권은 기존 지점 외에도 타워팰리스에 30억원 이상 수탁 고객만을 전문으로 하는 VVIP 전용 PB센터를 곧 오픈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에는 역삼역 서울파이낸스센터를 중심으로 일명 'PB 거리'가 형성돼 있다. 강남역에서 삼성역으로 가는 3㎞에 달하는 이 거리에는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이 각각 2곳씩의 PB센터를 운영하는 등 총 16개의 증권사 PB센터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HMC투자증권은 작년 11월 신설사로는 처음으로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VVIP 지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서울파이낸스센터점을 도곡동 신규 지점처럼 VVIP전용 PB센터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430㎡(약 130평) 규모에 15명 이상의 베테랑 PB를 배치할 계획이다. 류남현 삼성증권 테헤란PB지점 부장은 "증권사의 '창'과 은행의 '방패'가 경쟁하는 형국"이라며 "삼성이 PB시장에 뛰어든 후 은행들은 '경쟁자는 다른 은행이 아니라 삼성증권'이라고 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 시장 수성 위해 전열 재정비
은행들은 증권사들의 공세에 맞서 시장 수성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하나은행은 강남 지점 중에서 거액 자산가 고객이 많은 곳에는 PB를 추가로 배치하거나 증원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PB 고객 중에서도 자산 규모 10억원 이상,30억원 이상 등으로 세분화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체어스 특화 서비스'를 지난 8일부터 시작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압구정 청담 반포 잠실 등에 PB센터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 PB센터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쉽사리 증권사쪽으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은행은 그동안 세무 법률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 놨기 때문에 보다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PB 무한경쟁 시대,강남이 승부처
금융회사들이 강남 지역 PB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자산관리시장이 급팽창할 여건이 성숙됐다는 판단에서다. 강우신 센터장은 "2000년 초반만 해도 PB 고객들의 금융자산은 많아야 5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현금만 30억원이 넘는 고객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또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다양한 투자 상품이 등장할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고 금융회사 간의 칸막이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산업적 요인'도 PB영업 경쟁 격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완우 대우증권 마케팅본부장은 "주식위탁매매 수수료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반면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고액자산가의 70%에 해당하는 9만여명이 강남 · 서초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PB서비스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염상섭 우리투자증권 영업전략부장은 "'강남에서 통하면,전국에서 통한다'는 말대로 이 지역의 전략적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