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에세이] 발바닥 느끼기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바쁜 도시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하루에 단 한 차례도 발바닥을 느끼기 어렵다. 걷는 일도 드물거니와 설령 걷는 일이 있다해도 생각이 온통 머리 쪽으로 쏠려 있어서 발바닥까지 관심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땅과 점점 멀어지고,땅이 길러내는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도 자꾸 줄어들게 된다.

    지금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서보라.발바닥이 바닥에 빈틈없이 밀착하는 느낌이 들도록 자세를 잡아보라.그렇게 서서 가만히 발바닥에 집중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발바닥으로 몸 전체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무 걸림없이 몸의 무게가 고스란히 발바닥으로 전달되는 그 감각을 찾아보라.발바닥을 통해 땅으로 전해지는 내 몸의 무게,그리고 그 무게를 받쳐주는 대지의 힘이 느껴진다. 이 느낌은 단지 물리적인 무게감이나 압력같은 것이 아니다. 생생한 생명의 느낌이다. 내가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는 생생한 존재감,내 몸과 생명을 지탱해주는 땅에 대한 감사와 겸손의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난다.

    나는 때로 이 자세로 5분 이상을 가만히 서 있기도 한다. 여기에 두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가슴 앞에서 마치 큰 항아리나 아름드리 나무를 안은 듯한 모습을 하면,기공 자세 하나가 완성된다. 이렇게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발바닥을 느끼며 숨을 깊이 고르면 온몸 가득 기운이 차오른다.

    걸을 때도 발바닥을 느끼며 걸어보라.발바닥 용천(발바닥 길이를 3등분 했을 때,앞쪽 3분의 1 지점)과 발가락에 집중하면서 걸어보라.용천은 동양의학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혈자리로,샘물이 땅에서 분출하듯 생명의 기가 샘솟는다는 뜻이다.

    몸의 중심을 잡아 체중이 발바닥에 실리도록 한 다음 땅을 누르듯이 서서 발바닥 용천을 느껴본다. 다섯 발가락에 힘을 주고 땅을 움켜쥐듯이 용천으로 땅을 꾹꾹 지압하듯이 걷는다. 이렇게 하면 발뒤꿈치에 실려 있던 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몸무게가 발바닥에 고루 분산돼 관절에 부담없이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내가 개발한 장생보법이다.

    하루에 단 5분만이라도 발바닥을 느껴보자.한자 사람 인(人)은 두 발로 걷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발바닥을 느끼는 기회가 많아질수록,더 사람다워질 기회도 많아지지 않을까.

    흥미로운 것은 발바닥의 느낌이 강해질수록 하늘을 향하고 있는 머리 끝 정수리의 느낌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아래로는 땅이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위로는 무한한 허공이 나를 향해 열려있다. 두 발로 서서 그 하늘과 땅을 잇고 있는 내 몸을 느낀다. 아래로는 굳건한 다리와 에너지로 충만한 아랫배가 느껴진다. 위로는 시원하게 열린 가슴과 청량한 머리가 느껴진다.

    이렇게 두 발로 서서 하늘 아래 땅 위에 사람의 길을 걷는 것.그 한 걸음 한 걸음으로 나와 이웃과 뭍생명의 삶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 총장 ilchi@ilchi.net

    ADVERTISEMENT

    1. 1

      [아르떼 칼럼] 나를 찾아가는 미술관 산책

      솔직히 묻고 싶었다. 오르세 미술관 5층,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몇십 명의 사람들에게. 지금 진짜 감동하고 계신가요? 예술을 향유하고 계신가요? 간신히 인파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밀고 나가 아를의 별빛 아래 두 사람을 마주하긴 했으나 뒤에서 계속 밀치는 통에 방금 뭐가 지나갔냐 그 수준이었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묻고 싶었다. 메트는 너무 거대한 규모로 여러 번 길을 잃었다. 하루 만에 보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 선택과 집중으로 다니는데도 만보쯤 걷자 앉을 데만 눈에 들어왔다. 네 시간쯤 지나자 아름다운 예술이고 뭐고 ‘내 다리 내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유명한 미술관 좀 와보겠다고 열몇 시간을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그 현장에 있는데도 딱 네 시간 만에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다행히 나는 퍽 이기적 향유자라 몸과 마음이 힘든 순간 관람을 거기서 딱 멈췄다. 쇠공을 매단 것 같은 다리를 질질 끌며 미술관 안 카페에 앉았다. 차가운 오렌지 주스로 정신을 깨우고,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으며, 그냥 멍~ 과부하된 눈과 마음을 쉰다. 예술을 제대로 향유하면 이렇게 피로할 일이 없건만, 금방 깨닫는다.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치이며 다니는 건 진짜 향유가 아니구나.그냥 보는 것과 응시하는 것은 다르다. 그 시간의 품질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그림 앞에 어떤 질문을 갖고 있는가. 그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는가까지가 진짜 향유의 과정이다. 그러려면 조건이 있다. 시간 여유와 공간의 유연, 넓어진 마음이어야 느긋하게 예술이 스며든다. 그러므로 처음 몇 번은 혼자 다니는 게 좋

    2. 2

      [천자칼럼] 자율주행차 보험료

      지난해 6월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 Y가 주차된 도요타 캠리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 차주가 테슬라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등록한 차량이 완전자율주행(FSD) 상태에서 일으킨 접촉 사고였다. 테슬라는 FSD는 현행법상 운전자가 전방을 상시 주시해야 하는 ‘레벨 2’ 기술로 분류된다며, 차량소유주가 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차주는 FSD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자동차보험은 자율주행 시대의 복병으로 꼽힌다. 현재의 자율주행차 보험은 보험사가 피해액을 먼저 보상한 뒤 사고 원인을 따져 책임 주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자율주행 플랫폼 제작에 참여하는 업체가 한둘이 아닌 데다 기상 악화, 정전, 해킹 같은 외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테슬라 사례처럼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 구분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먼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골탕을 먹기 쉬운 구조다.자율주행차 보험료가 얼마로 책정될지도 관심사다. 미국 온라인보험사 레모네이드는 최근 ‘반값 자율주행차 보험’을 선보였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차량에만 보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상품이다. 사고 확률이 인간 운전자가 모는 차량보다 훨씬 낮은 만큼 낮은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했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할인 폭이 자율주행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자율주행차 보험은 2027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정책 목표로 내건 한국이 서둘러 풀어야 할 문제다. 현행 자

    3. 3

      [사설] 다주택 양도세 중과 재개, 공급 효과 보기엔 시한이 촉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제도에 대해 “(기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전략에서도 관련 연장 내용은 누락된 바 있다. 이후 오는 5월 9일 유예가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는데, 대통령이 이번에 공식화한 것이다. 주택 매매 시 양도소득에는 6~45%의 기본세율이 적용되는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이면 20%포인트, 3주택 이상이면 30%포인트가 중과된다. 지방소득세(10%)까지 포함하면 3주택 이상자는 최고 82.5%의 세율을 적용받는 셈이다. 이 제도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단위로 유예됐지만, 올해 다시 시행되게 됐다.다주택자들이 보유 물량을 시장에 내놓게 하려는 유인책이자 고육지책이지만, 이들의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세밀하게 점검할 것이 많다. 우선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기존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 때문에 매각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임차인과의 협의 과정 등을 감안하면 5월이라는 시한도 지나치게 촉박하다. 거래허가제 시행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3개월여 만에 매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칫 극단적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해 거래 절벽을 심화할 우려가 적지 않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유예 기한을 일정 기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복수의 주택을 보유하려는 투기적 심리를 차단할 수 있겠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당장 세제를 고칠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거론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