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도시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하루에 단 한 차례도 발바닥을 느끼기 어렵다. 걷는 일도 드물거니와 설령 걷는 일이 있다해도 생각이 온통 머리 쪽으로 쏠려 있어서 발바닥까지 관심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땅과 점점 멀어지고,땅이 길러내는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도 자꾸 줄어들게 된다.

지금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서보라.발바닥이 바닥에 빈틈없이 밀착하는 느낌이 들도록 자세를 잡아보라.그렇게 서서 가만히 발바닥에 집중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발바닥으로 몸 전체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무 걸림없이 몸의 무게가 고스란히 발바닥으로 전달되는 그 감각을 찾아보라.발바닥을 통해 땅으로 전해지는 내 몸의 무게,그리고 그 무게를 받쳐주는 대지의 힘이 느껴진다. 이 느낌은 단지 물리적인 무게감이나 압력같은 것이 아니다. 생생한 생명의 느낌이다. 내가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는 생생한 존재감,내 몸과 생명을 지탱해주는 땅에 대한 감사와 겸손의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난다.

나는 때로 이 자세로 5분 이상을 가만히 서 있기도 한다. 여기에 두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가슴 앞에서 마치 큰 항아리나 아름드리 나무를 안은 듯한 모습을 하면,기공 자세 하나가 완성된다. 이렇게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발바닥을 느끼며 숨을 깊이 고르면 온몸 가득 기운이 차오른다.

걸을 때도 발바닥을 느끼며 걸어보라.발바닥 용천(발바닥 길이를 3등분 했을 때,앞쪽 3분의 1 지점)과 발가락에 집중하면서 걸어보라.용천은 동양의학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혈자리로,샘물이 땅에서 분출하듯 생명의 기가 샘솟는다는 뜻이다.

몸의 중심을 잡아 체중이 발바닥에 실리도록 한 다음 땅을 누르듯이 서서 발바닥 용천을 느껴본다. 다섯 발가락에 힘을 주고 땅을 움켜쥐듯이 용천으로 땅을 꾹꾹 지압하듯이 걷는다. 이렇게 하면 발뒤꿈치에 실려 있던 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몸무게가 발바닥에 고루 분산돼 관절에 부담없이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내가 개발한 장생보법이다.

하루에 단 5분만이라도 발바닥을 느껴보자.한자 사람 인(人)은 두 발로 걷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발바닥을 느끼는 기회가 많아질수록,더 사람다워질 기회도 많아지지 않을까.

흥미로운 것은 발바닥의 느낌이 강해질수록 하늘을 향하고 있는 머리 끝 정수리의 느낌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아래로는 땅이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위로는 무한한 허공이 나를 향해 열려있다. 두 발로 서서 그 하늘과 땅을 잇고 있는 내 몸을 느낀다. 아래로는 굳건한 다리와 에너지로 충만한 아랫배가 느껴진다. 위로는 시원하게 열린 가슴과 청량한 머리가 느껴진다.

이렇게 두 발로 서서 하늘 아래 땅 위에 사람의 길을 걷는 것.그 한 걸음 한 걸음으로 나와 이웃과 뭍생명의 삶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 총장 ilchi@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