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지구 소송 후유증…거래 끊기고 매매가 '뚝'
총 1만6000채에 달하는 매머드급 재건축단지인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고덕시영,주공2~7단지)가 최근 주공2,3단지에서 제기된 조합원 간 소송으로 거래가 실종되고 가격이 급락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단지 내 상가 소유자와 아파트 조합원 간 갈등에서 비롯된 이번 소송은 다른 단지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16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고덕주공 2단지와 3단지의 일부 조합원들이 각각 지난달과 이달 초 서울행정법원에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 무효 소송을 낸 뒤 한 채당 가격은 일제히 1000만~2000만원 떨어지고 거래는 뚝 끊겼다.

고덕2단지 인근에서 영업 중인 A공인 관계자는 "당초 6억9500만원이던 2단지 52㎡(16평)형이 소송이 알려진 직후 1000만~2000만원가량 떨어진 6억7500만~6억85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거래는커녕 매수 문의조차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아파트 단지 59㎡(18평)형 가격도 기존 8억2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떨어졌다.

고덕2단지 내 B공인 관계자는 "아직 소송이 걸렸는지조차 모르는 조합원들이나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며 "다들 소문이라도 날까봐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소송에 들어간 3단지 역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3단지 52㎡형과 59㎡형의 가격은 각각 5억9000만원과 6억8000만원 선.2단지와 마찬가지로 소송 직후 1000만~2000만원 하락했다.

3단지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이번에 소송을 낸 상가 소유주들과 아파트 주민들 간 의견차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관망 분위기가 강하지만 조만간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 간 갈등은 재건축 단지마다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소송이 다른 단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고덕5단지의 경우 상가 소유주들이 약 330㎡(100평) 정도의 지하상가를 33㎡(10평) 정도로 잘게 쪼갠 각각의 지분에 대해 아파트 분양권을 요구하고 있어 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인들도 문제지만 합당한 보상조차 거부하는 아파트 조합 역시 비판을 면키 어렵다"며 "아파트 조합과 상가조합이 서로 싸우면 결국 손해보는 건 일반 조합원들"이라고 토로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와 함께 재건축돼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업권 보상 등을 놓고 갈등을 겪는 단지가 적지 않다"며 "상가 조합원들이 사업 자체를 볼모로 아파트 분양권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덕지구는 한강과 고덕산 사이 93만4730㎡의 평지에 1980년대 초반 택지개발사업으로,총 1만1000여채의 아파트가 조성됐었다.

현재 재건축을 완료한 고덕1단지(고덕아이파크)를 제외하고 고덕시영과 고덕주공 2~7단지가 지난해 총 1만6000여채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을 잇따라 서울시로부터 승인받았다.

이호기/심성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