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GfK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휴대폰 업체별 시장 점유율을 파악하던 중 고민에 빠졌다. 노키아,삼성전자,LG전자 등이 만든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중국산 '짝퉁폰'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처럼 짝퉁폰을 제외하고 통계를 만들기에는 판매량이 지나치게 많았다. 결국 이 기관은 업계 1위 노키아의 제품을 모방한 제품이라는 의미의 '노키아 페이크(Nokia-Fake)'를 조사 항목에 넣고,짝퉁폰 판매량을 공식 집계하기 시작했다.

◆중국 짝퉁폰,아프리카 시장 습격

아프리카 전자제품 시장에 '중국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휴대폰을 중심으로 중국산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짝퉁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월별 통계에 '노키아 페이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당시 1%였던 중국산 짝퉁폰의 점유율은 6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7.5%까지 높아졌다. 독자 브랜드를 갖고 활동하는 TECNO,ITEL,SMADL 등 중국 군소 휴대폰 제조업체의 점유율까지 합하면 전체 시장의 20%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했다.

반면 기존 메이저들의 휴대폰 판매량은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8년 10월 69.1%였던 노키아의 나이지리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0월 58.8%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12.8%에서 9.8%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LG전자 역시 3%대의 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프리카 시장의 짝퉁폰 판매량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으며 짝퉁폰을 포함한 중국산 점유율이 삼성,LG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휴대폰은 10달러대로 저렴하면서도 그럭저럭 불편 없이 쓸 수 있는 품질을 갖췄다"며 "저가 시장에서는 경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삼성 · LG전자 아프리카 전략 수정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기완 LG전자 중동 · 아프리카 지역본부장(부사장)은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의 주적(主敵)이 노키아에서 중국산으로 바뀌었다"며 "휴대폰 시장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중국산이 가격대가 낮은 휴대폰에 머물러 있지만 TV 등 고가제품군으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성향을 읽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제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애플 아이폰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을 펴야 '중국 바람'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최근 중동 · 아프리카 지역본부 내 최고경영진(C레벨)을 대거 외국인으로 교체했다. 맥킨지,P&G 등 다국적 기업 출신 외국인들에게 CSO(최고전략책임자),CHO(최고인사책임자),CGTMO(최고유통망관리책임자),CPO(최고구매책임자) 등의 요직을 맡겼다. 한국인 주재원으로 이뤄진 인재풀만으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장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중동 · 아프리카 총괄을 둘로 분리,아프리카만 전담하는 총괄조직을 신설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밀착형 마케팅을 위한 조직개편"이라며 "아프리카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