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초등학교는 올해 1학년을 4개 반,6학년을 13개 반으로 편성했다. 6학년 학급 수가 1학년보다 세 배 넘게 많다. 이 학교는 작년까지 1학년 5개 반,6학년 11개 반으로 운영했으나 올해 6학년 학급당 인원이 40여명으로 많아지자 2개 반을 더 만들었다.

이 같은 '역(逆)피라미드 구조'는 대치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 대곡초도 1학년 4개 반,6학년 11개 반으로 운영(2009학년도 기준)되고 있고 대도초는 대곡초와 비슷한 1학년 7개 반,6학년 11개반이다.

학교알리미 공시 내용에 따르면 대치초교의 2008학년도 기준 전입생은 1학년이 18명에 불과하지만 5학년은 98명,6학년은 12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덕엽 대치초 교감은 "6학년을 11개 반으로 운영한 작년 초엔 학급당 인원이 30명을 조금 웃돌았지만 연말에 40명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아예 전입생이 늘 것을 감안해 학급당 인원을 28~29명 선이 되도록 반을 늘렸다"고 전했다. 저출산 추세로 1학년 신입생이 전년 대비 30여명 감소,1개 반이 줄어든 반면 5학년 2학기 무렵부터 한 반에 20~30%를 차지할 정도로 전입생이 밀려든 것.대곡초와 대도초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유는 이들 초등학교 출신 학생들이 주로 배정되는 인근 중학교 졸업생들의 특목고 진학률이 높고 교사들이 잘 가르친다는 소문 때문이다. 일부 극성스런 학부모들은 위장전입을 감수하고라도 아이들을 이 학교에 넣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학교 정원이 있는데도 1학년보다 6학년의 반이 세 배나 많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위장전입을 잘 적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 · 고교와 달리 초등학교는 전입신고를 마치면 무조건 해당 지역 학교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위장전입을 막기 위해 중학교 배정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학생들은 가정 방문 등을 하지만 다 추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어린 아이들의 교육을 우선 고려한 선의의 규정이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