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영국 가내수공업에 종사했던 근로자들은 하루 13~14시간씩 일하는 게 보통이었다. 일감이 밀려들 땐 식사 시간만 빼고 종일 휴식도 없이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이들도 방적기 아래를 기어다니며 기계 사이에 이물질이 끼지 않도록 치우는 일을 맡았다. 심지어 대여섯 살 된 꼬마들까지 공장 굴뚝 청소에 투입됐다고 한다.

상황이 바뀐 것은 '사회에 관한 새 견해'라는 책을 쓴 공상적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언이 스코틀랜드 뉴래너크라는 마을에서 방직공장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그는 근로시간을 하루 10시간 반으로 줄였고 10세 미만 아이들에게 읽기 쓰기 산수 등을 가르쳤다. 그러고도 오언의 공장은 상당한 이익을 냈다. 1848년에는 영국이 하루 10시간 근무를 법으로 못박았고,1886년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주 40시간 근로제가 확산됐다. 휴일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는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이기도 했다.

노동부가 구미 각국에 비해 긴 근로시간을 단축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연 근로시간(2316시간,2007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근로시간 단축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국격(國格)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는 모양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푹 쉬고,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게다. 문제는 줄이는 방법이다. 노동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뚜렷한 방안 없이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였다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줄이기에 앞장서왔던 서유럽의 일부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따라 독일 프랑스의 일부 기업은 오히려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우리가 먹고 살 만하게 된 것도 남들 놀 때 열심히 일한 덕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업체별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잖아도 법정공휴일과 토 · 일요일이 겹칠 때 대체휴일을 쓰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 터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도 전에 '놀자'분위기가 형성돼 다시 빈곤의 늪으로 빠져들까 걱정이 돼 하는 소리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