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면 커피믹스를 몇 박스씩 사가지고 귀국해요. 어떤 때는 캐나다에 소포로도 보냅니다. "

얼마 전 '미녀들의 수다'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캐나다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캐나다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산 제품이 '커피믹스'란 얘기였다.

커피믹스는 1976년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놨다. 이후 30여년이 흐르면서 커피믹스는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의 기호품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세계적 업체인 네슬레가 청주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의 90%를 커피믹스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커피믹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귀찮아하는 단계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간편함에 있다. 각기 다른 병에 담겨 있던 커피,설탕,프림을 하나로 묶어 일회용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소비자들이 성가셔하거나 불편해하는 단계를 생략함으로써 호응을 얻어낸 제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가정용 겨울 조리식품으로 자리잡은 호떡믹스와 내비게이션시장에서 쟁쟁한 회사들을 제치고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파인디지털의 'iQ700' 등이 대표적이다.

◆동서식품,'다방커피'를 간편하게

1976년 동서식품은 '다방커피'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타먹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커피믹스를 내놨다. 다방커피와 가장 가깝도록 커피,프림,설탕의 비율을 1 대 2 대 3으로 맞췄다. 과거 세 병에 들어 있던 것을 한 병에 모은 것.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커피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서는 실망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좀 더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1986년에는 지금의 커피믹스 형태인 스틱형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제품을 출시했다. 병에 있던 것을 더 간편하게 만든 것이다.

◆30분을 줄인 호떡믹스의 성공

2005년 12월.삼양사는 처음 호떡믹스를 시장에 내놨다. 길거리에서 사 먹는 호떡을 집에서도 간편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똑똑한 소비자들은 반죽을 한 후 발효시키는 데 2시간이나 필요한 이 제품을 외면했다. 삼양사 상품개발팀은 즉각 시간을 줄이는 연구에 착수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2년이나 걸려 2시간이었던 발효시간을 30분으로 줄였지만 소비자들은 아예 발효과정을 생략한 '무(無)발효 제품'을 요구해왔다.

마케팅팀에서는 이 요구를 개발팀에 전달했지만 이번에는 상품개발팀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발효과정을 생략하면 호떡 특유의 쫄깃한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경영진의 판단기준은 소비자 선호도였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투입해 만들어낸 것이 호떡믹스다. 이스트 대신 천연효모를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삼양사는 작년 10월 '큐원 바로바로 웰빙호떡믹스'를 시장에 내놨다.

작년까지 외면했던 소비자들이 '발효시간을 없앤' 제품에는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초기 일부 할인점에서는 품절되는 일도 있었다. 다른 식품 회사들도 잇따라 이 시장에 뛰어들며 호떡믹스는 올 겨울 대표적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파인드라이브,업데이트 번거로움을 없애다

내비게이션 전문업체인 파인디지털이 만든 'iQ700'은 작년 11월 출시되자마자 에누리,다나와,G마켓 등이 집계하는 온라인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이후 최근까지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Q700의 성공비결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 사용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을 생략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업데이트'를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낸 것이 히트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내비게이션 사용자들은 지방으로 여행가기 전에 변화된 급커브길이나 속도위반 단속카메라 위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대단히 번거롭다는 점이다. 우선 내비게이션에서 메모리카드를 빼내 컴퓨터에 꽂아야 한다. 이어 해당 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한 후 업데이트 된 파일을 받아 이를 메모리카드에 다시 기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인드라이브는 업데이트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상품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정보를 이미 서비스 중인 DMB망에 실어 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데이터 퀵 서비스'라고 부르는 이 서비스는 안전운전 정보 외에 주유소 기름값,목적지 날씨 정보,실시간 문자뉴스,교통정보 등을 DMB망을 통해 내비게이션으로 전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내비게이션 전원이 들어가면 저절로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것이다.

김용준/이정호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