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워더스푼(34 · 캐나다),샤니 데이비스(28 · 미국),시몬 암만(29 · 스위스),아민 죄글러(36 · 이탈리아),올레 아이너 뵈른달렌(36 · 노르웨이),안드레 랑게(37 · 독일),벤야민 라이히(32 · 오스트리아)….'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는 '전설'의 동계스포츠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모든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경기를 끝낸 일부 선수들은 세월의 흐름속으로 퇴장해야 할 것 같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세계기록(34초03) 보유자인 '캐나다의 영웅' 워더스푼은 세계선수권 금메달 8개,500m와 1000m에서 10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세운 단거리 스프린터다.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일본)에서 은메달(500m)이 유일할 정도로 올림픽과는 인연이 멀었다. 16일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남자 500m에서 9위를 하며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데이비스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이탈리아)에서 흑인 최초로 1000m에서 금메달을,1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밴쿠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종목(500 · 1000 · 1500 · 5000 · 1만m) 출전권을 모두 땄다. 남자 500m에서 메달 순위 밖으로 밀려난 그는 18일 주종목인 1000m 2연패에 도전한다.

'스키점프 절대강자' 암만은 밴쿠버동계올림픽 1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5일 휘슬러 올림픽파크에서 치러진 스키점프 개인전 노멀힐(K-95 · 95m) 최종 결선에서 1 · 2차 라운드 합계 276.5점으로 애덤 말리스츠(269.5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동계올림픽에서 스키점프 노멀힐과 라지힐을 모두 휩쓸며 2관왕에 올랐던 암만은 노멀힐에서 금메달을 되찾으면서 8년 만에 '2관왕 재현'에 시동을 걸었다. 암만은 21일 치러지는 개인전 라지힐(K-125 · 125m) 경기를 통해 2관왕에 도전한다.

'루지의 신'으로 불리는 죄글러는 '올림픽 5회 연속 출전,5회 연속 메달 획득'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죄글러는 지난 15일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1인승에서 펠릭스 로흐와 다비드 묄러(이상 독일)에 이은 3위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죄글러는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동메달을 시작으로 1998년 나가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는 연거푸 금메달을 땄다.

동계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빛나는 게오르크 해클(43 · 독일)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게 바로 죄글러였다. 그는 2009~2010시즌 국제루지연맹(FIL) 세계랭킹 1위를 달리는 등 밴쿠버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해클의 후예인 독일 선수들에게 밀려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바이애슬론의 황제' 뵈른달렌도 이번 올림픽 첫 번째 출전 종목에서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제이 빈센트(프랑스)가 우승한 남자 10㎞ 스프린트에서 그는 17위에 그쳤다. 그는 지금까지 올림픽 메달 9개(금 5 · 은 3 · 동 1)를 땄으며,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남자 바이애슬론에 걸린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뵈른달렌은 2006년 토리노에서 '노골드(은 2 · 동 1)'에 그쳐 쇠퇴기를 맞는 듯했지만 2009세계선수권 4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자국의 크로스컨트리스키 스타 비에른 댈리(금 8 · 은 4)의 메달 최다 획득 기록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봅슬레이의 강자' 랑게(37 · 독일)도 올림픽 봅슬레이 3연패에 나선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4인승에서,2006년 토리노 2인승과 4인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랑게는 지난달 오스트리아에서 끝난 월드컵 8차 대회에서 우승,올림픽 메달 기대감을 부풀렸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