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이달 들어 자금이 들어오는 데도 주식을 사지 않고 오히려 팔고 있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들이 배당을 받기 위해 지난해 사들였던 주식을 정리하는 대신 선물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투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처분했다. 코스닥시장의 순매도분(1000억원)을 합치면 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다는 얘기다.

반면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엔 10일 연속 65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됐다.

투신사들이 자금을 들고 있으면서도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지 못하는 것은 배당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는 "배당을 받으려고 작년 말 주식을 샀던 펀드들이 올 들어 선물 가격이 현물(주식) 가격보다 많이 비싸지자 주식을 팔고 선물로 갈아타고 있다"며 "들어온 자금으로 일부 주식을 사기도 하지만,매도보다는 규모가 적어 순매도로 집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매니저들은 올 들어 공모펀드에도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면서 현물과 선물을 사고파는 차익거래를 쉽게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최근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거래세를 내고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되자 보유한 주식부터 서둘러 먼저 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달 들어 투신이 사들인 선물 규모는 5400억원어치를 넘고 있다.

투신권의 주식 물량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배당에 민감한 인덱스펀드들의 주식 정리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다"며 "자금이 계속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최근 사들인 선물도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투신권도 주식 매수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