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계올림픽] "모태범이 누구야?"…관중도 언론도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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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
주니어선수권 500m 1위 꿈나무
이규혁·이강석에 가려 빛 못봐
18일 주종목 1000m 2관왕 도전
주니어선수권 500m 1위 꿈나무
이규혁·이강석에 가려 빛 못봐
18일 주종목 1000m 2관왕 도전
'기대주' 모태범(21 · 한국체대)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모태범은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벌어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 2차 시기 합계 69초8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500m 세계 랭킹 14위로 메달 후보에도 들지 못했던 모태범은 결승 1차시기에서 34초9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핀란드의 미카 포탈라(34초86)에게 0.06초 뒤진 2위의 기록이었다. 메달 가능성을 내비친 모태범은 2차시기에서 34초90으로 결승선을 통과,합계 69초82로 중간순위 1위로 올라섰다. 남은 것은 마지막 1개조(2명)였으므로 동메달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1차시기에서 최고 기록을 냈던 포탈라와 가토 조지(일본)가 70초대에 머무르면서 모태범은 극적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모태범은 "그동안 언론이나 주위에서 무관심했던 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오늘이 내 생일이다. 내가 나한테 생애 최고의 생일선물을 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태범은 이번 대회 전까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출국 전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때 기자들이 그에게는 단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규혁 이강석 등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사실은 대표팀 막내로서 '감춰진 흑진주'였다. 7세 때 취미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모태범은 주니어 시절부터 실력을 다져왔다.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500m 1위,1500m 2위,3000m 3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모태범은 이듬해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500m 금메달을 차지하며 단거리 종목의 강자로 떠올랐다.
2008년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월드컵대회에 출전한 모태범은 그해 12월 월드컵 5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에서 5위에 오르며 시니어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모태범은 이어 2009년 1월 아시아 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500m 1위,1000m와 1500m에서 2위에 오르며 기세를 이어갔다.
그해 11월 시작한 2009~2010시즌 네 차례의 월드컵시리즈에서 모태범은 2차 대회 1000m 3위,5차대회 1000m 4위를 차지하며 세계 정상을 넘보기 시작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5차대회 1500m에서는 1분42초85로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려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열세인 신체(177㎝ 72㎏)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체력훈련에 몰두한 것이 금메달의 원천이 됐다는 분석이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은 '슬로벌'(slowval)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세계기록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은 경기장이었다. 게다가 이날 빙질은 정빙기가 고장나 물을 뿌리는 바람에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나 모태범의 '파워 스케이팅'은 울퉁불퉁한 빙질에서 더 빛을 발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모태범은 중장거리 전문이어서 힘으로 스케이팅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빙질이 물러도 파워가 좋아 박차고 나갈 수 있다. 중장거리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후반 레이스에서 오히려 더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태범이 금메달을 따내자 AP AF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주요 기사로 타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모태범이 빙상 강국 네덜란드 팬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대단한 질주를 펼쳐 한국에 쇼트트랙 이외 종목의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고 설명했다. AFP통신도 '생일을 맞은 코리언 보이'가 세계를 제패했다면서 모태범의 생각은 벌써 1000m와 1500m를 향하고 있다고 썼다.
모태범은 18일 오전 그의 주종목인 1000m에 나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동계올림픽 사상 첫 2관왕을 노린다.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 그에게 더이상 '깜짝 스타' '이변'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을 것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