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상의 간판' 이규혁(32 · 서울시청)이 또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끝난건 아니다. 이규혁은 16일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 15위에 그쳤다. 주 종목은 1000m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대회에서 500m 1,2차를 모두 석권해 어느 때보다 메달 가능성이 높았다.

13살이었던 1991년부터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규혁은 20여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한국 빙상계를 지켜왔다. 아버지 이익환씨(64)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이었고,어머니 이인숙씨(54)도 피겨스케이팅 대표 코치를 맡았다. 동생인 이규현씨(30)도 현재 피켜 스케이팅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빙상 명가'출신.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김윤만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1000m에서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세계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를 제패,꿈을 키웠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매번 '메달 후보'로 꼽히면서 1999년 릴레함메르부터 2006년 토리노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매번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번 올림픽에 대한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4전5기'를 넘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출전했다. 나이가 들어 젊은 선수들보다 체력은 떨어졌지만 체중을 감량하고 지구력을 증가시켜 이를 보완했다. 슬림한 몸매를 계속 유지해 공기 저항을 줄여 스피드도 전성기 못지 않았다.

다시 4년을 기다려온 올림픽.첫 번째 도전은 불발에 그쳤지만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18일 1000m 경기.그동안 올림픽에 출전하고도 메달을 걸지 못해 중도에 귀국했던 그가 이번에는 꼭 폐막식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