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의 새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 · 자본조달비용지수)가 16일 처음 공시됐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연 4.11%,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3.88%로 일반의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잔액기준 연 4.0~4.1%,신규취급액 기준 연 3.5~3.6%로 예상해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 몇몇 대형은행이 연 5%대 금리로 특판예금을 판매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코픽스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은행들은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연동형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조건을 유리하게 해야 하는데,기준금리가 높게 나와 가산금리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CD금리 연동형보다 0.2~0.3%포인트 낮게 대출금리를 제시하려 했던 일부 은행들은 금리 인하 폭을 얼마나 줄일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부터 코픽스 연동대출을 시작하는 SC제일은행의 경우 CD연동형 대출금리(연 5.18~6.28%)보다 0.1%포인트 낮은 연 5.08~6.18%를 적용하기로 했다. 농협도 이날 새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출 취급 시기를 연기하는 은행들도 나오고 있다. 코픽스 금리수준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탓도 있지만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눈치보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16일 또는 17일부터 코픽스 대출을 시작할 방침이었으나 원가 등을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다음 주로 일정을 연기했다. 금리변동주기는 3개월,6개월,9개월형을 고려 중이다. 외환은행도 대출 개시를 17일에서 다음주로 미뤘다.

하나은행은 내주 중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적용한 대출상품 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CD연동형보다는 적용금리를 낮게 결정하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 금리변동 주기는 3개월,6개월,12개월,변동주기 혼합형 등으로 다양하게 제시할 방침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신한은행 등은 이달 말께 새 상품을 내놓는다. 이들 은행 역시 금리수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3개월 CD연동 금리는 연 4.64~5.94% 수준이다.

신규취급액기준,잔액기준 등 두 가지의 코픽스 금리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지금은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가 잔액기준보다 금리가 낮지만 금리상승기에는 역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인식/강동균/유승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