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특정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증시가 대외 변수로 출렁이면서 국내 주식형펀드들이 지수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6일 현대증권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인덱스펀드 투자원금(설정액)은 올 들어 3317억원(11일 기준) 증가해 자금 유입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는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노리는 성장형펀드에서 4125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형'과,그룹주펀드나 특정 업종에 집중하는 테마형으로도 각각 1323억원과 597억원이 들어왔지만 유입 규모는 인덱스펀드보다 훨씬 적다.

오온수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인덱스펀드 설정액은 연초 5조6270억원에서 지난 11일 5조9587억원으로 5.9% 불어났다"며 "인덱스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뚜렷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인덱스펀드로의 이 같은 자금 유입은 성장형펀드의 수익률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장형펀드는 올 들어 7.5% 손실을 입어 가치형펀드(-6.3%)나 인덱스펀드(-6.5%)보다 부진하다. 장기소외된 KT 한국전력 등이 올해 시장을 주도했지만 성장형펀드들이 이들 주식에 많이 투자하지 못한 때문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성장형펀드는 지수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특정 업종 비중을 늘리곤 하는데 시장 주도주가 자주 바뀔 때는 자칫 뒷북 투자가 되기 쉽다"며 "증시가 횡보하거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상승할 때는 인덱스펀드의 성과가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덱스펀드 별로는 '교보악사파워인덱스'에 가장 많은 660억원이 유입됐고,'KB스타코리아인덱스''삼성인덱스프리미엄''NH-CA프리미어인덱스''알리안츠코스피200인덱스''KB스타한국인덱스' 등으로도 각각 수백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조정 국면을 이용해 인덱스펀드에 자금을 넣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조정국면에 자금을 추가투자해 수익률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진단이다. 기관이 주로 가입하는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1B'펀드에는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로 밀린 지난달 22일 이후 3주 동안 624억원의 많은 돈이 들어왔다. 코스피지수가 4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1600선(1062.48)으로 마감된 1월29일에는 하루에만 110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되기도 했다. 운용업계에서는 계열 보험사의 자금 유입으로 보고 있다.

또 '교보악사파워KRX100인덱스1Af'와 'PCA코리아인덱스M1C-F' 등 다른 인덱스펀드의 기관투자 전용 상품(클래스)에도 같은 기간 2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 연구위원은 "가치형펀드는 수익률의 하방경직성은 크지만 상승 때 못 따라가는 경우가 있어 시장상승률 정도를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인덱스펀드가 적합하다"며 "판매 수수료나 보수 등이 일반 주식형보다 1%포인트 정도 저렴해 특히 중장기투자에 유리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