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장안에 화제였다.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는 어떤 행동에서 차이가 나는가? 하는 점이 독자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게 하였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이며, 자식도 부족함이 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을 시키고, 저축이나 용돈관리 등 경제관념을 심어 주려고 한다. 요즘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가르치는 재테크부모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부모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부자가 된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할 테니.

조선 후기에 자식에게 돈과 부자에 대한 철학을 가르친 아버지가 있었다.
목민관으로 잘 알려진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바로 그 사람이다.
다산 정약용은 재테크에 능한 현대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재물에 대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천하에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利害)이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시이리(是而利).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시이해(是而害).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비이리(非而利),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비이해(非而害)
의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라고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가 자식에게 재물과 바른 삶에 관해 어떤 교육을 시켰는지 알 수가 있다.

다산의 말처럼 세상일은 이 네 가지 등급 속에 다 들어있다.
그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시이해(是而害)와 비이리(非而利)이다.

얼마 전 한 건설회사 자금부장이 회사 공금 수천억을 횡령하여, 도박과 주식투자로 대부분의 돈을 날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는 명문대학 졸업생들이 뛰어난 머리를 이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그 끝이 좋지 않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가 어떤지 알면서도 그 끝을 향해 가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가장 염려스러운 하는 것은 시이해(是而害)이다.
요즘사람들은 손해가 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해도 하지 않으려 한다.
옳은 일에는 손익을 따지지 말아야 하거늘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기적인 사회 현상 때문 일 것이다.

다산은 아들에게 진정한 부자가 무엇인지 가르침도 있었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은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형체 없는 것을 마음으로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베푼 재물은 내가 능히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진다. 천하에 이 같은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큰 이익은 베풂에 있음을 강조했다.
다산은 이미 기부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었던 것.

석숭은 중국의 유명한 부자였다. 그러나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
위부불인(爲富不仁) 이라 했던가. 반면에 오늘날 세계적인 부자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은 사회단체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500여 억의 장학금을 대학에 기증한 어느 노 한의학자의 기부모습은 수 조원의 국내 재벌들 보다 더 부자로 보이고 존경을 받는다.
그들의 이름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을 것이다.

부자가 된다면 어떤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가.
많이 가진 부자, 아니면 많이 베푼 부자.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다산의 가르침처럼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지는, 천하의 큰 이익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부자가 진정한 부자이다. 죽은 후에도 부자인 사람 말이다.(hooam.com / 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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