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라는 표현이 있다. 시스템이 안정돼 질서정연한 상태와 불안정한 혼돈 상태의 경계에 놓여 있는 것을 말한다. 외부로부터의 조그마한 충격에도 시스템이 급격하게 붕괴될 수 있는 상태이다.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는 임계점도 '혼돈의 가장자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시스템 변화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계선에서는 시스템이 안정상태로 다시 회귀할 지, 붕괴되면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 낼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주식시장도 하나의 시스템이다. 시장참여자들이 네트워크상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노출된 정보를 근거로 어떤 투자행위를 결정하게 되면 그것이 확산-소멸-분산-응집의 여러 가지 패턴을 형성하면서 어떤 흐름을 보이게 된다. 그것이 자기조직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투자행위가 서로 소통하고 단합하고 응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확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서로 배치되고 소멸되면서 패턴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다른 에너지로 흡수되기도 한다.

혼돈의 가장자리인 경계선에서 의사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극단적인 공포나 극단적인 탐욕에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붕괴시켜 새로운 파국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설연휴 직전 우리는 시장 시스템이 요동치는 국면을 경험했다. 극단적 공포 속에 코스피지수 1550선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과정에서도 혼돈의 가장자리인 시스템의 붕괴 과정으로 전환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려하는 상황이 시장을 지배했다. 외국인의 선물매도-프로그램매도 속에 지지선이 붕괴됐다. 새로운 파국과정이 확산되면서 140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러한 상황이 오면 노출된 정보(그리스-포루투갈의 파산 가능성, 두바이쇼크의 재현 가능성, 중국 지급준비율 추가인상)에 따라 경계선이 붕괴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시스템이 이동할 것 같은 투자심리에 빠지게 된다.

급기야 대부분 투자자들이 변곡점 하단에서 매도 의사결정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템이 파국 국면으로 이동하지 않고 안정국면으로 전환되면 언제 그런 위험과정을 겪었나하는 상황으로 시스템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투자자에게는 그런 변곡점을 읽어내는 전략적 직관이 필요하다. 앞으로 주식시장에서는 현물시장만 파악하면 한 쪽만 파악하는 것이 되며 파생과 연계된 합성포지션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읽어내야만 하는 복잡한 주식시장이 되었다.

최근 주가흐름을 살펴보자. 주식시장은 지난 8일이 변곡점이었다. 이날 기준으로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하락에너지로 지속되지 않고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수급상황이 나타났다. 그 계기는 미결제약정의 감소와 대차잔고의 감소였다.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공포심리가 증폭되는 과정에서 시장참여자 중에 기관 및 외국인 중심으로 추가 하락에너지에 더 집중하지 않고 매도 미결제를 청산하는 과정으로 힘의 이동이 나타났고 하락과정에서 대차매도 했던 것을 청산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삼성전자와 포스코 중심으로 대차잔고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월 옵션만기일 후 7000억원 이상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공격 속에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인 베이시스를 확대시키는 국면을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중심으로 선물매도에서 선물매수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프로그램 시장에서도 매도에서 매수로 이동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3월 선물 옵션 동시만기일을 겨냥한 메이저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앞으로 노출되는 악재보다는 그 재료가 시장에 노출되었을 때 수급동향의 흐름을 주식의 방향만 갖고 파악하지 말고 선물-옵션시장의 동향과 주식선물-ETF와 연결된 합성포지션이 없는 지 체크하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이시스가 마이너스라고해도 그 기점에서 프로그램 매도가 매수우위로 바뀌었다면 그 변곡의 자리를 기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차잔고 추세와 미결제약정의 변화가 생긴 기점을 체크하면서 기관과 외국인이 합성포지션을 어떻게 구성하는 지 읽어내는 것이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옵션시장에서 콜옵션 행사가격 240과 220에 미결제가 몰려 있고 풋옵션 행사가격 190과 185에 미결제약정이 몰려있다. 240행사가격수준은 종합지수로 보면 1800수준이고 220행사가격은 1680∼1700수준이며 행사가격 190은 1450∼1470수준이다.

185행사가격 수준은 1400수준인데 양 극단에서 양매도로 시작하면서 합성포지션을 구성하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

선물시장 참여자들이 상단과 하단을 정해놓고 변동성을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쏠림현상이 어느 중심으로 이동하는 지 프로그램매수-매도 동향과 미결제약정의 변곡점-베이시스 변화를 읽어내면서 시스템이 유도하는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투자심리 극단에 빠지지 말고 극단에서 바람의 방향이 변화되는 모멘텀을 통계적 수치로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주식시장은 주식가격 하나만 보면 방향을 찾아낼 수 없는 혼돈 속에 갇혀 있을 수 있고 선물-옵션-주식선물-주식옵션으로 합성된 연결고리를 찾아내야만 실제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조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