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의 강한 반등을 주도하면서 추세적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술적으로 1620선 위로 밀집해 있는 이동평균선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를 뚫고 상승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동안 쏟아진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 이틀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계속되면서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39포인트(1.40%) 오른 1623.43을 기록 중이다.
수급 측면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1335억원, 141억원을 내다 팔고 있지만 외국인은 1684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분위기를 밝게 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2226계약을 순매수하며 팔자세에 나선 개인과 기관의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전날도 외국인은 현물(주식)과 선물을 동시에 순매수하며 지수의 1600선 복귀를 견인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국인 복귀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지난해 2월 동유럽발(發) 위기 당시에는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아시아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면서 "특히 한국 증시가 외국인 매도에 가장 많이 시달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 두바이 월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와 올해 남유럽발 리스크의 경우 이전 두 차례 위기 국면과 다른 양상이 펼치지고 있다는 것.

정 연구원은 "두바이 사태 당시 외국인은 매수세를 이어갔고, 남유럽발 위기시에도 과거 위기때와 비교해 매도 강도가 약한 차이점이 있다"면서 "특히 최근 위기 국면에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도세는 인도나 대만 증시에 비해서도 그 강도가 덜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증시가 아시아 증시 내에서 안전지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외국인들의 매매 태도 변화는 경쟁국들과 비교해 국내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여전히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 주도주인 전기전자와 자동차업종이 속한 경기소비재,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 증감률 내림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점과 세부적으로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재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런 점들은 외국인의 매수 기조 복귀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해서 주식비중을 줄이기보다 변동성 확대 시 기존 주도주 위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10일 이후 매도를 멈추고 관망세를 보이면서 소폭의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전날까지 지난 4거래일 중 사흘 동안 매수세를 보이면서 장세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고,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진 뒤에도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석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및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게 평가돼 있고, 특히 ACWI(전세계) 벨류에이션 대비 저평가 국면에 있다"면서 "벨류에이션 자체로만 국가별 투자 매력도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한국의 벨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라는 점은 향후 한국 증시 상승에 좋은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