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이후 할리우드 대작 경쟁에서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이 '울프맨'의 기선을 제압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전체 스크린의 98% 가입)에 따르면 지난 11일 개봉된 '퍼시 잭슨…'은 15일까지 51만명을 동원했고 같은 날 선보인 '울프맨'은 12만명을 기록했다. 밝고 긍정적인 인간관을 담은 '퍼시 잭슨…'을 관객들이 선호한 셈이다.

'퍼시 잭슨…'이 인간의 절반을 신(神)으로 묘사했다면 '울프맨'은 절반을 야수로 그린 작품.두 영화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퍼시 잭슨…'은 제우스 등 고대 그리스 신들이 현대 사회에 숨어 살고 있다고 가정한 이야기.제우스가 자신의 무기인 번개를 도둑맞은 뒤 퍼시 잭슨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번개를 돌려주지 않으면 인간 세상을 박살내겠다고 선포하면서 전개된다.

퍼시 잭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인간 여인을 유혹해 낳은 아들.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다. 그리스 신화 속 남성 신들은 인간 여성에게 자식을 낳게 한 뒤 뺑소니치기 때문.역설적으로 이는 편모 슬하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신성시하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아이들은 비록 아버지가 곁에 없지만 언제나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퍼시 잭슨이 번개를 찾아내는 모험에서도 이런 믿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할리우드의 초인 영웅 계보에 '신의 아들'이 추가된 셈이다.

주인공이 신화 속 각종 괴물들을 물리치는 게 영화의 볼거리다.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켄타우로스,우두인신(牛頭人身)의 미노타우르스,뱀 머리칼을 지닌 메두사,한 개 몸통에 5마리의 뱀으로 구성된 히드라,지옥의 마왕 하데스….

그런데 퍼시 잭슨 일행이 메두사의 머리를 자른 뒤 덤벼드는 히드라에게 보여주자 히드라가 돌로 변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린다. 상상력은 그런대로 봐줄 만하지만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큼 정교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흥행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신예 로건 레먼이 주연했고,우마 서먼과 피어스 브로스넌 등이 조연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했다.

'울프맨'은 아버지에 대해 '퍼시 잭슨…'과는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한다. 아버지는 집안의 독재자이며 가정을 파탄내는 원흉이다. 로렌스는 무서운 아버지를 떠나 집을 나갔지만 형의 죽음으로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적개심을 표출하지만 동시에 사회 규범을 어기고 형의 약혼녀를 사랑하는 본능도 갖고 있다. 스스로 혐오하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다. 그는 낮에는 고귀한 귀족이자 로맨틱한 신사이지만 보름달이 뜨면 가장 어두운 본능을 폭발시킨다. 그의 야수성은 사랑하는 여인마저 죽이려 들 정도로 통제불능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렌스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야성적이고 본능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울프맨의 거침없는 질주와 광폭성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인체가 찢겨지는 잔혹한 장면들이 많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스토리 라인이 너무 단조로운 것도 재미를 반감시킨다.

아버지와 아들 역에는 안소니 홉킨스와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했다. 로렌스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여인 역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조연 에밀리 블런트가 열연했다. '스타워즈-에피소드5'의 조 존스톤 감독.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