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긴축,미국 은행규제,남유럽 재정위기 등 잇따라 불거진 대외변수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1722선까지 오른 코스피지수는 이달 8일엔 1552선으로 밀려 보름여 만에 170포인트 떨어졌다. 16일 1600선을 회복한 이후 반등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분간 국내외 변수에 주가가 요동치는 일이 잦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큰 장세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PER는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PER가 낮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그만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탄탄한 실적이 기대되는 저(低)PER 종목은 대외변수 등으로 증시가 휘청거리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흐름을 보일 수 있고,향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주가 반등이 빠르고 크게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IT주 통신주 등 저가 매력 커져

증권사들은 과거 평균에 비해 현재 PER가 낮은 종목을 관심대상으로 꼽는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12일 기준으로 산출한 PER가 2006~2009년 평균보다 낮은 종목으로 하나투어 유아이엘 티에스엠텍 SBS 세아제강 동국제강 이상네트웍스 에쓰오일 삼성전자 온미디어 인선이엔티 SK LG패션 호텔신라 종근당 현대해상 CJ CGV 현대중공업 효성 LG 기아차 현대백화점 한화 등을 제시했다. 이 종목들은 저평가 매력뿐 아니라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세를 보여 실적개선도 기대되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란 설명이다.

이 밖에 SK케미칼은 12일 PER가 5배로 과거 평균(15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영업이익은 6.86% 증가할 전망이다. 한솔LCD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주는 과거 평균 PER가 12일 기준의 2배를 넘는다. LG텔레콤 KT SK텔레콤 등 통신주의 밸류에이션(주가수준) 매력도 돋보인다.

업종 평균에 비해 PER가 낮은 종목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진단이다. 삼성증권은 동국제강 대웅제약 한국철강 대림산업 동부화재 CJ인터넷 LIG손해보험 현대해상 네오위즈게임즈 하나금융 등이 해당 업종 평균과 비교해 저PER주이고,목표주가에 비해 주가가 많이 낮아 상승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보험주는 목표주가가 16일 종가보다 48~76%가량 높다.

대우증권은 KH바텍 피앤텔 대덕전자 LG이노텍 등 IT 부품주들의 PER가 글로벌 동종업체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둘만하다고 평가했다.

◆경기모멘텀 둔화 땐 저PER주 유리

올 1분기에 경기선행지수 고점이 예상되는 등 경기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저PER주가 매력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변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경기모멘텀이 꺾일 것으로 우려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 고(高)PER주의 성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과 달리 경기모멘텀의 효과가 크지 않을 때는 저PER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경기모멘텀이 둔화될 때 저PER주가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002~2007년 경기모멘텀 상승기엔 저PER주가 평균 58% 올라 고PER주(86%)에 비해 부진했지만,이 기간 중 경기모멘텀 하락기엔 마이너스 수익률(-0.29%)을 보인 고PER주와 달리 21% 상승해 탁월한 주가방어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신중호 연구원은 "경기모멘텀이 상승국면일 땐 높은 PER가 쉽게 인정받지만,경기모멘텀이 꺾이기 시작하면 향후 실적전망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낮은 PER의 종목이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찍더라도 과거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둔화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키웠기 때문에 안정적인 이익증가세가 기대된다"며 "30%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는 올해 국내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이사는 "분기별 이익에서도 올 3분기 이익이 지난해 3분기의 고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PER주는 외국인의 선호대상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이 연구원은 "기관투자가가 성장성에 더 주목하는 데 비해 외국인은 PER를 기준으로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투자원칙에 충실하다"고 소개했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현대중공업 기아차 LG 등은 과거 평균에 비해 PER가 낮아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