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높다지만 서울에서 4년제 대학 나온 지원자는 눈을 비비고도 찾기 어렵습니다. "

최근 구인광고를 냈던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푸념이다. 대기업 퇴직 후 중소기업에 입사했던 한 지인은 두 달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를 물으니 중소기업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중소기업,중소기업은 근무할 만한 곳이 못 된다고 말하는 청년 및 대기업 퇴직자들.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걸까.

사회생활을 하는 나는 가사도우미가 꼭 필요한데,첫 번째 가사도우미는 석달 만에 그만뒀다. 나 또한 일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이유를 물었다. 너무 치워야할 게 많고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나는 살림을 돕는 게 가사도우미의 본분이므로 좀 어질러 놓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살림을 도와주고 있는 아주머니는 다른 집은 다 그만둬도 우리 집 일은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워낙 성실한 분인 데다 나 또한 이전 경험을 교훈삼아 아무리 바빠도 설거지,기본청소,정리정돈을 미리 해둔다. 이런 내 경험은 중소기업을 쳐다보지 않는 실직자나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중소기업 양쪽 모두에 어떤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한 대학생이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장점을 열거하며 기업에 나를 맞추어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복지나 처우가 대기업에 비해 다소 불리하지만 다양한 분야를 빠른 시간에 섭렵할 수 있다. 우수한 인재에 목말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일하면 두각을 나타내기도 쉽다.

그럼에도 한 중소기업 사장은 회사 일 좀 할만하면 1인 기업한다고 퇴사하는 바람에 경력자 관리가 쉽지 않고,사람에게 투자하고 키우는 것이 겁이 난다고 말한다. 직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1인 기업의 육성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존경받을 만한 경영철학과 우수한 기업문화,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를 갖춘,성장성 있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 육성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묘법이 숨어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중소기업-대기업 간의 격차다. 매출 200억원대의 제조업체를 컨설팅한 적이 있는데,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이 동남아인이었고 마케팅 전략을 고민할 사람은 사장밖에 없었다. 다른 중소기업도 사정이 비슷했다. 이런 조직 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기업이 커나가려면 우수한 인재와 탄탄한 조직력이 필수적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앞다퉈 지원하고,대기업을 퇴직한 화이트 칼라가 이직할 만한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넘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okceo@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