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세종시 모두가 지는 길로 가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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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안 실패는 나라·국민의 불행
지도자들 역사적 책임 자각 절실
지도자들 역사적 책임 자각 절실
정치권에 대한 설 민심은 '제발 그만 싸우고 민생 좀 챙겨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세종시 문제에 이 같은 민심이 파고들 여지는 별로 없고,국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세종시 수정의 돌파구가 지금으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집권여당을 둘로 갈라놓은 거대한 장벽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 앞에서는 야당들의 한결같은 반대 목소리도 묻힌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적 당론통일을 주문하고,한나라당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법안 채택을 위한 의원총회를 요구하는 등 정면승부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친박계가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예상대로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국가백년대계의 결단을 진정성으로 호소한들,원칙과 신의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표가 버티는 한 세종시 수정은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169명,야권은 모두 합쳐 128명이지만,세종시 수정에 앞장서는 친이계는 많게 봐야 100명 안팎의 소수파다. 극적인 반전(反轉)이 없으면 수정안을 관철시킬 수 없다. 이게 거대 여당의 자화상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너무 멀리 갔다. 지금까지의 단호한 어조로 보아 그가 발길을 되돌리는 일은 상상조차 어렵다. "당론이 변경돼도 반대"라는 최근 발언에서 그의 결기가 읽힌다. 게다가 현재와 미래 권력의 양보할 수 없는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국민 모두가 불안하고 민망할 정도의 친이 · 친박 간 날선 대립은 마주보고 달려오는 열차를 방불케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의 뜻을 직접 묻자는 국민투표론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토론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고 보면 일리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두고 벌써 시끄럽다. 그 여부를 놓고 또다시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설령 국민투표가 가능하다 해도 심각한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을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종시 수정안을 세종시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역차별로 받아들이고 있는 다른 지역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장 바로 옆 충북부터 오송과학단지가 빈껍데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고,전북은 새만금,전남은 영암 · 해남기업도시,다른 지역들도 첨단복합단지 개발이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정서에 기댄 표계산에 매몰된 정치인들이 부추기고 있는 '세종시 블랙홀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투표는 결코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오히려 때이른 권력투쟁에 기름을 부으면서 수습불능의 혼란만 불러오는 후유증만 남길 공산이 크다.
그래서 세종시 수정안은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몇 달 그 난리를 치고,나라가 쪼개질 정도의 파열음을 일으키면서 온통 세종시에 파묻혀 국정과 다급한 민생까지 팽개쳐야 했음에도,결국 이 문제를 불가피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세종시 수렁에 빠져 허우적댈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가 패배하는 길이다. 연기 군민,충남 도민의 행복과 거리가 멀고,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실패하는 길임에 분명하다. 더없이 불행한 일이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어쩌겠는가. 다만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은 훗날 세종시가 끝내 나쁜 결과로 이어졌을 때,무엇 때문에 왜 그렇게 되었는지,지금 세종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쟁의 기록이다.
물론 마지막까지 반전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어느 때보다 지도자들의 국가 미래에 대한 고심,잘못 들어선 길을 빨리 되돌아 더 나은 길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반성,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을 역사적 책임에 대한 자각이 절실하다. 그러면 새로운 선택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집권여당을 둘로 갈라놓은 거대한 장벽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 앞에서는 야당들의 한결같은 반대 목소리도 묻힌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적 당론통일을 주문하고,한나라당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법안 채택을 위한 의원총회를 요구하는 등 정면승부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친박계가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예상대로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국가백년대계의 결단을 진정성으로 호소한들,원칙과 신의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표가 버티는 한 세종시 수정은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169명,야권은 모두 합쳐 128명이지만,세종시 수정에 앞장서는 친이계는 많게 봐야 100명 안팎의 소수파다. 극적인 반전(反轉)이 없으면 수정안을 관철시킬 수 없다. 이게 거대 여당의 자화상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너무 멀리 갔다. 지금까지의 단호한 어조로 보아 그가 발길을 되돌리는 일은 상상조차 어렵다. "당론이 변경돼도 반대"라는 최근 발언에서 그의 결기가 읽힌다. 게다가 현재와 미래 권력의 양보할 수 없는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국민 모두가 불안하고 민망할 정도의 친이 · 친박 간 날선 대립은 마주보고 달려오는 열차를 방불케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의 뜻을 직접 묻자는 국민투표론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토론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고 보면 일리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두고 벌써 시끄럽다. 그 여부를 놓고 또다시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설령 국민투표가 가능하다 해도 심각한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을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종시 수정안을 세종시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역차별로 받아들이고 있는 다른 지역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장 바로 옆 충북부터 오송과학단지가 빈껍데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고,전북은 새만금,전남은 영암 · 해남기업도시,다른 지역들도 첨단복합단지 개발이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역정서에 기댄 표계산에 매몰된 정치인들이 부추기고 있는 '세종시 블랙홀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투표는 결코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오히려 때이른 권력투쟁에 기름을 부으면서 수습불능의 혼란만 불러오는 후유증만 남길 공산이 크다.
그래서 세종시 수정안은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몇 달 그 난리를 치고,나라가 쪼개질 정도의 파열음을 일으키면서 온통 세종시에 파묻혀 국정과 다급한 민생까지 팽개쳐야 했음에도,결국 이 문제를 불가피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세종시 수렁에 빠져 허우적댈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가 패배하는 길이다. 연기 군민,충남 도민의 행복과 거리가 멀고,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실패하는 길임에 분명하다. 더없이 불행한 일이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어쩌겠는가. 다만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은 훗날 세종시가 끝내 나쁜 결과로 이어졌을 때,무엇 때문에 왜 그렇게 되었는지,지금 세종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쟁의 기록이다.
물론 마지막까지 반전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어느 때보다 지도자들의 국가 미래에 대한 고심,잘못 들어선 길을 빨리 되돌아 더 나은 길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반성,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을 역사적 책임에 대한 자각이 절실하다. 그러면 새로운 선택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