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 사흘째인 17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모바일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비전을 쏟아냈다. 삼성전자,구글,에릭슨,화웨이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조연설을 통해 급팽창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이 몰고 올 '데이터 폭발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제시했다.

◆"저가 스마트폰이 데이터 붐 일으킨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MWC 2010 기조 연설에서 앞으로 3년 뒤에는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PC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이 최우선(mobile first)'이라고 강조하며 기존 PC시장보다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슈미트 CEO는 또 "이젠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모바일이 최우선"이라며 "구글의 프로그래머들도 고성능 휴대폰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존 게르게타 모토로라 부사장(인터내셔널 마켓 총괄)은 "올 하반기에 접어들면 일반 휴대폰 가격(150달러대)의 스마트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구오 핑 회장은 "150달러대의 스마트폰이 개발되기 시작하면 엄청난 데이터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릭슨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2015년 스마트폰 단말기는 4배,데이터 양은 2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에릭슨은 이날 초당 1기가비트(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롱텀에볼루션) 기술을 선보였다. 요한 비버그 에릭슨 네트워크 부문장은 "2020년까지 전 세계 500억개의 기기가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합종연횡 전쟁터

안승권 LG전자 휴대폰사업본부장(사장)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모바일 에코시스템(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합종연횡의 전쟁터"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노키아는 인텔과 손을 잡았고 소니에릭슨,아수스 등은 구글동맹에 참여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는 게 요즘 스마트폰 업체들의 주요 전략이다.

안 사장은 "MWC 행사를 5년째 둘러보고 있는데 올해처럼 미팅이 많은 적은 없었다"며 "물밑에서 업체들 간 이합집산이 오전,오후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슈퍼 앱스토어'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의 프리로드(공짜 다운로드) 서비스도 소개했다. 안 사장은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프로그램 숫자는 20만개 가까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건 불과 100개도 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간추려 휴대폰 출시 때부터 담아 공짜로 제공하는 게 프리로드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이호수 모바일솔루션센터장 등 삼성전자의 주요 임원들도 MWC 2010에 총 출동해 전시장을 챙겼다. 최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소프트웨어 분야에 1300억여원을 투자했는데 올해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투자를 계속하면 그 결과물도 조금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략적 제휴와 관련,"합종연횡이 심한데 삼성은 적을 가급적 안 만들 것"이라며 "제휴는 지금도 검토하고 있고 규모가 큰 회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한국 회사들 자랑스럽다"

행사를 참관 중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업체들의 전시관을 방문,"한국의 IT 발전을 넘어 지구촌의 '남북 격차(디지털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위원장은 SK텔레콤의 3차원(3D) 영상변환 기술과 차량 원격제어 기술 등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3D TV 앞에선 직접 특수 안경을 쓰고 체험해 보기도 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이동통신부문(MNO CIC) 사장은 "일반 화면을 3D로 변환해 주는 기술은 콘텐츠 부족을 겪고 있는 3D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사장은 "이달 중 TU미디어와 함께 3D 모바일 TV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