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유수의 경쟁사들은 물론 대한민국 1등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최고라고 믿고 있던 분야에서 깜짝 놀랄 '혁신'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몰고 온 바람이 그것이었고,아이패드의 파격이 그것이었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린다고 현실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이제 우리도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에 눈과 귀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글드,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은 곧 초강력 폭풍을 몰고 올 기업을 분석한 책이다. 종말론을 연상시키는 부제는 이제까지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판도가 펼쳐지고 있다는 의미다.

구글드(Googled)란 '구글에게 당하다'라는 뜻의 신조어.뉴요커의 수석 칼럼니스트 켄 올레타가 밝힌 '인터넷 세계의 가공할 변화'와 '구글이 주도하는 세계침공 계획의 전모'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구글은 막강한 검색엔진을 무기로 인터넷 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튜브를 인수해 TV의 아성에 도전하는가 하면 안드로이드폰으로 휴대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긴장하게 하는 크롬 브라우저(인터넷으로 모든 OS를 작동)는 모바일 세대의 새로운 규격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50여명의 구글 임직원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경영회의 현장까지 침투해 구글 전략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한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를 위시로 구글의 경쟁사와 초일류 기업 임원들의 걱정과 푸념까지 생생하게 담는다. 그들 경쟁사들이 염려하는 것은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모든 종류의 중개업,미디어,통신사업뿐 아니라 유통까지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최근 10여년간 실리콘밸리 첨단에서 일어난 기술변화와 '퇴보한 기업'과 '융성한 기업'의 특징이 총망라되어 있다는 점이다. 비록 같은 업종이 아닐지라도 흥미로운 기업열전 속에서 '아차' 하는 경영의 인사이트를 포착할 수 있었다.

둘째,지금 가장 이슈가 되는 첨단기술의 핵심 쟁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이 어떻게 현실세계를 대체해가고 있으며,이른바 전통적 기업의 경영자인 우리는 무엇을 받아들이고 향후 무엇을 준비해야 먹고 살 수 있을 것인지 깊이 숙고해야 하는 계기를 주었다.

셋째,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혁신하고 무엇을 고수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경영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좇느라 이미 보유하고 있던 강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산업구분,기술력,고객지향,스토리텔링 등의 기본재료들을 가지고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강화할지 이 책을 읽다보면 그 흐름이 잡힌다. 경영자나 관리자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에 열심인 직장인들에게도 자신의 인생 여정에 '어떤 미래지도를 그려갈지' 현실적인 힌트를 준다.

"한 CEO는 지금의 고민을 이렇게 요약했다. '당신이 1940년대 철도회사 경영자인데,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1940년대의 철도회사'란 곧 지금의 기존 기업들을 상징한다. 그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과감히 조직을 통폐합하고 이제까지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둘째,급격한 혁신과 대담한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론상으로는 급진적인 쪽이 더 끌린다. 한 가지 문제는 '어떻게?'다. "

책 내용 중 일부다. 한 기업의 창립 히스토리를 박제하듯 분석한 책이 아니라 한 구절 한 구절이 생생하고 흥미롭다. 아이폰을 쓸 줄 모르고 타블릿 PC가 뭔지 몰라도 좋다. 하지만 이 책을 읽지 않고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마지막 50페이지는 홍보문구의 표현처럼 '읽는 것조차 두렵다. '그러나 두려움에 휩싸여 우리가 쌓아놓은 궁성 안에 갇힌 꼴이 된다면 변화하는 흐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10년 후 당신의 조직이나 회사의 미래는 멀리서 다가오는 게 아니다. 분명 '미래(未來)는 현재(現在)에 있다. '아무쪼록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공부하고자 하는 경영자는 물론 관리자와 직장인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재산 < 조인스HR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