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자칫 상대방을 질식시킬 정도로 강력히 포옹한 사이다. 관계가 악화됐다고 해서 포옹을 쉽게 풀 수도 없다. "(에스워 프래새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 의회예산국은 올 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의 정부 부채(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금액 기준)가 8조79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자 지출비용은 20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의 경우 부채는 7조5440억달러,이자가 1870억달러였다. 이 중 해외 정부나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비중은 47.5%였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7554억달러(10.0%)를 보유해 일본의 7688억달러(10.2%)에 이어 2위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채로 중국에 매인 미국을 '노예 신세'로 표현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마음 놓고 국채를 내다팔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국채를 대량 매각하면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달러 가치도 동반 하락해 중국에는 결국 이중의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

소비력을 따져봐도 중국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08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의 전체 민간소비가 10조달러인 반면 중국은 1조5000억달러에 불과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경제 균형 차원에서 내수시장을 확대해 미국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이 돼 달라고 중국을 압박하는 까닭이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에 여전히 돈을 빌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 국채는 양국이 정치 · 외교 · 군사 · 위안화 환율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