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오지에 한국형 방앗간이 들어선다. 연간 5만t의 쌀을 도정할 수 있는 공장으로 공사비로만 40억원이 투입된다.
이 공장을 건설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JSK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이 회사의 박신재 대표는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아체주 베사르 지방정부와 도정공장을 짓는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박 대표가 인도네시아에서도 대표적인 낙후지역에 도정공장을 세우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업성이 밝다. 이 지역의 2008년 쌀 생산량은 연 16만4000t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량(491만t)의 3%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대식 도정공장이 없는 까닭에 상당량의 벼를 다른 지역으로 반출,도정한 뒤 높은 가격으로 재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열대지방이어서 삼모작을 할 수 있지만 일모작에 그치고 있는 것도 도정공장이 없어서다. 박 대표는 이 공장이 가동되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 쌀을 판매하기 위해 한국에서 중고 선박을 들여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이 지역의 천연자원 개발권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진정한 사업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쌓기로 한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회사는 단순히 도정공장을 세우는 차원을 넘어 공장 운영 노하우는 물론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까지 전수해 주기로 했다. 한국에서 전문가를 공장 책임자로 영입했다. 협약식에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인 한나라당 김성수 의원도 참석해 측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도정공장뿐만 아니다. 이 지역의 낙후된 봉재공장 경영도 맡아주기로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이 회사는 이 지역의 원유 탐사권과 철광석 광구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원유 광구만도 매장량이 수십억배럴로 추정된다"며 "베사르 정부가 계약기간이 끝난 중국과 미국 기업의 탐사권을 연장하지 않고 지역에 봉사하는 한국 기업에 넘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현지 사회에 배려하는 기업만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