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께 발표되던 외국어고 등 특목고의 학교별 입시 전형안이 상당 기간 늦춰지면서 진학을 준비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해 3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학교별로 입학전형 기본 계획을 공고해야 하는 날짜를 예년보다 한 달여가량 늦춘 데다 지난해 말 고교 입시체제 개편안을 발표해 학교들이 기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어서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외고와 국제고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한 고교 입시체제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뜬 구름 잡는 얘기 같다"는 게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올해 중3이 되는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올해처럼 입시안이 대폭 변경되는 해에 하필이면 입시안 공고 날짜를 미룬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중학교 2년간 영어 듣기,텝스 등 외고 입시에 맞춰 공부를 시켜왔는데 하루 아침에 입시 전형이 변경돼 그동안 공부한 것들이 모두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외고 진학을 준비 중인 중3 김모양은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는 말 자체부터 생소하다"며 "바뀌는 외고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몇 군데 외고 입시전문 학원을 찾아봤지만 학원마다 말이 달라 더욱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지난해 교과부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사실상 예고돼 왔다. 지난해까지 일선 고교들은 입학전형이 전년도와 달라지는 경우 변경 내용을 전형 실시 10개월 전에 미리 공고해야 했다. 이에 따라 12월께 입시를 치르는 대부분의 외고는 2월에 입시요강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교과부는 학교별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수립 · 공고해야 하는 날짜를 매년 3월31일까지로 두 달 가까이 미뤘다. 교과부 관계자는 "'10개월 전'이라는 표현이 모호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개정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일선 외고들도 교과부가 내놓은 고교 입시 개편안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 중이어서 아직 입시요강 기본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실정이다. 서울의 D외고 관계자는 "시교육청 승인 후 학교별 공식 발표까지는 빨라도 4월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어느 정도 혼란은 예상했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구성한 '고교체제개편지원팀'을 중심으로 4월 이후 학교별 전형안이 나오는 대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