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형 은행들의 규모와 업무 범위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볼커 룰'이 월가의 쟁쟁한 원로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 내 관련 입법이 상당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지펀드계 대부인 조지 소로스(79)와 대형 뮤추얼펀드 뱅가드그룹의 설립자인 존 보일(80),씨티그룹 회장을 지낸 존 리드(71),윌리엄 도널드슨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78),니컬러스 브래디 전 재무장관(79)이 '볼커 룰'을 지지하는 대오를 형성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보일 뱅가드그룹 설립자는 "금융시스템이 아주 잘못돼 있으며 대규모 개혁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딜론 리드 앤드 컴퍼니라는 금융사 회장을 역임한 브래디 전 재무장관은 "요즘 은행들은 수익 지향적이어서 고객들을 위한 매매를 은행을 위한 자기자본 매매로 탈바꿈시키는 편법을 개발해낼 것"이라면서 "나는 그런 편법까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드 전 회장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했던 '글래스-스티걸법'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업은행 업무와 투자은행 업무를 버무려 씨티그룹을 월가의 초대형 금융사로 키운 주인공이었다. 공교롭게도 글래스-스티걸법이 1999년 폐기된 것은 샌퍼드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이 주도한 결과다.

소로스는 '볼커 룰'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 은행이 도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말 위험한 것은 의회와 정부가 볼커의 명성 뒤에 숨어서 볼커 룰이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충분하다며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슨 전 SEC 위원장은 "엄격한 금융 규제와 개혁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다른 정부기구로부터 독립된 강력한 금융감독기구를 설립하고,그 위원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미 상원과 행정부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를 감독하고 규제할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개혁안에 거의 합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