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18일 세종시 문제의 해법으로 "정부 분할에 따른 비효율이 거의 없는 대법원 등 독립기관들을 세종시로 보내자"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과학비즈니스벨트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수정안에 기존 행정부처는 보내지 않는 대신 대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 선관위 국민권익위 공정거래위 국가인권위 등 7개 정부독립기관(총인원 3404명)을 이전해 세종시의 위상 및 기능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세종시 수정 추진세력,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원안 고수세력,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야당,그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충청도민 등 4각의 세력이 퇴로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대로 대충돌이 일어나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법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지만 본질은 실종되고 극한 대결의 정치싸움 양상으로 변질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독립기관을 보내면 수정안의 '플러스 알파'는 유지하면서 정부 분할에 따른 비효율은 거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과 중재안에 대해 사전 협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여의포럼 일본 세미나 때 13명의 의원들과 토론한 적은 있으나 그 외 누구와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께도 부탁드리고 싶다. 지금껏 주장해온 관성에 젖어 바로 거부하지 마시고 한번쯤 심각한 고민과 검토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제안은 세종시 당론 변경을 놓고 친이(친이명박)-친박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종의 정치적 절충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친박계 좌장의 제안인 만큼 세종시 문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김 의원은 세종시 절충안에 박 전 대표가 부정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우리가 모두 애국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라며 "모든 감정을 초월하고 상대방도 애국하는 마음에서 고민 끝에 이런 절충안을 내놨다고 생각해 다시 한번 재고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준혁/구동회/민지혜 기자 rainbow@hankyung.com